[사설] 악취 수원천, 급기야 물고기 죽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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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고 모범 복원천으로 꼽히는 수원천. 악취, 기름띠, 물고기 사체 등이 뒤섞여 흐르고 있다. 2024년 4월 15일. 김시범기자

 

2017년 1월, 수원에 손님들이 왔다. 부산시 공무원들과 상인들이다. 들른 곳은 화성(華城)도, 삼성전자도 아니다. 시내를 관통하는 수원천을 살폈다. 당시 부산에서는 부전천 복원이 계획 중이었다. 그 개발의 모델로 수원천을 삼은 것이다. 주변 상권과의 연계 등도 면밀히 살폈다. 지난해 11월, 인천에서도 손님이 왔다. 인천광역시의회 ‘환경복지 구현을 위한 생태하천 연구회’다. 인천지역 하천 복원을 위한 현장 답사였다. 그렇게 수원천은 하천 행정의 표본이었다.

 

광교에서 발원해 황구지천으로 흘러든다. 오랜 세월 시민과 함께한 14.5㎞의 자연천이다. 70년대 주차장 한다며 하천을 덮었다. 어두워진 하천은 악취에 동물 사체까지 뒤섞였다. 이 불쾌한 역사가 1995년 바뀌었다. 민선 수원시가 대대적인 복원을 시작했다. 자연천의 환경을 최대한 살리는 설계였다. 그러자 수질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2001년 이후 BOD 2.4ppm, 2~3 등급까지 정화됐다. 온갖 물고기가 서식하기 시작했다. 환경부가 우수 복원 사례로 뽑았다.

 

그랬던 수원천이 다시 썩어가고 있다. 진동하는 악취는 이미 오래됐다. 번들거리는 기름띠까지 엉켜 있다. 최근에는 물고기가 죽어 떠 오른다. 환경정화 활동을 하는 시민이 증언한다. “시민들이 하천이 더럽고 냄새가 난다고 하소연하고 죽은 물고기들과 쓰레기들을 건져내도 악취는 여전하다.” 주목할 건 물고기 폐사다. 물고기 폐사는 단기간에 등장한 오염 현상이다. 오래됐다면 죽을 물고기도 없어야 맞다. 그동안 없던 오염원 또는 오염농도가 생겼음을 말한다.

 

의심되는 오염 원인으로 합류식 관이 지목된다. 오수와 우수가 함께 처리되는 방식이다. 비가 오면 여기에서 오수가 흘러 나온다. 하지만 이 분석으로 현 상태를 설명하기는 무리다. 강수량이 많지 않은 봄철에 오염되고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하천 바닥에 찌꺼기 퇴적을 의심한다. 지나치게 느린 유속도 문제로 보고 있다. 이 역시 문제 해결의 출발로 삼을 수는 없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기름 띠가 설명되지 않는다. 생활하수 또는 공업폐수를 의심하는 게 합리적이다.

 

심각한 일이다. 전문적이고 대대적인 조사를 권한다. 하천 상류 구간을 특히 살펴야 한다. 악취 원인, 물고기 폐사 원인, 기름띠 원인을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 결과를 놓고 시, 환경단체, 전문가가 함께 분석해야 한다. 1995년부터 20여년 걸려 살린 하천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오염되고 있다. 이런 수원천을 부산 손님, 인천 손님들이 찾을까 두렵다. 진동하는 악취, 기름띠, 물고기 사체를 보고 뭐라고 하겠나. ‘실패한 복원의 사례’라 하지 않겠나.

 

수원천 오염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있을 것 아닌가. 국장 있고, 과장 있고, 팀장 있을 것이다. 깨끗한 수원천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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