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공포의 가정의 달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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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논설위원

초록이 진하게 번지고 꽃이 만발해 어디로 눈을 돌려도 싱그럽고 이쁜 때다. 그래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 어린이 날, 8일 어버이 날, 15일 스승의 날, 19일 성년의 날이 있다.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이 있다.

 

가정의 달, 의미있고 소중한 날이 많지만 즐겁지 않다는 이들이 많다. 걱정을 넘어 공포스럽다는 사람들도 있다. 무슨 날마다 외식을 하고, 선물을 사고, 용돈이라도 챙겨야 하는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피자, 치킨 등 주요 외식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외식 수요가 많은 가정의 달을 앞두고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5월 ‘외식비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부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밥값 생각하면 5월의 휴일이 무섭다”, “치킨이나 먹을까는 옛말이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냉면 가격은 1년 만에 7.2% 올라 한 그릇에 평균 1만1천462원을 기록했다. 일부 평양냉면 식당에선 1만6천원도 받는다. 자장면도 평균 7천69원으로 올랐다. 한 체인점에선 참치김밥이 4천900원에서 5천500원으로 인상됐다. 굽네치킨은 얼마 전 인기 메뉴 가격을 1천900원씩 일제히 올렸다. 맥도날드는 5월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올린다. 피자헛도 같은 날부터 프리미엄 메뉴 가격을 인상한다.

 

외식 물가 상승은 과일류 가격이 폭등한 데다 최근 양배추 한 통이 1만원에 달하는 등 채소 가격까지 덩달아 오른 영향이다. 더 큰 문제는 5월 이후다. 도시가스나 전기요금 등도 인상될 기미를 보인다. 휘발유 가격도 계속 오름세다.

 

대통령실은 물가 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했다. 시장 상황을 제대로 알기나 하는건지 황당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월 한국의 식료품 물가 상승률이 35개 회원국 중 3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작년에 폐업한 외식업체 수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보다 많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가격을 무조건 통제할 수는 없지만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만큼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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