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개인적으로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교육감은 지난 30일 이천 꿈빛공유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과거에는 절대 교권 시대여서 문제였다면 지금은 너무 학생 중심으로 치우치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교육 구성원끼리 존중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학생인권조례가 정쟁에 휘말렸다. 국민의힘 주도로 지난달 24일 충남도의회에 이어 26일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하면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반발해 천막 농성을 벌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인권에 대못박는 퇴행’,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에서 김상곤 교육감 때 처음 제정됐다. 이후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 등 모두 여섯 곳에서 시행됐다. 조례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개성을 실현할 권리 등 보편적 학생 인권을 규정하고 있다. 체벌과 두발·복장 규제, 강제 야간자습 및 보충수업 등이 사라지고 학생들의 인권의식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원들이 교권 회복을 외치자,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지목됐다. 보수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폐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학교 현장에 학생 인권을 강조하면서 교원의 교육활동이 위축됐다는 주장을 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만 강조하고 책임 조항은 빠져 미흡한 부분이 있다. 조례로 상벌점제를 폐지해 교사들이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교권 침해의 주요 원인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말 펴낸 ‘학생인권조례 바로 알기 안내서’에 따르면 2017~2021년 교원 100명당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조례를 둔 지역이 평균 0.5건, 없는 곳이 0.53건이었다. 인권위는 “조례 여부와 교권 침해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학생 인권을 강조하면 교사의 교육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은 교사와 학생을 경쟁하고 대립하는 관계로 보는 발상이다. 여야나 진보·보수 교육계가 학생인권조례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
교육부의 교권보호 고시 내용과 충돌되는 내용이 있으면 개정하거나 보완하면 된다. 학생과 학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거나,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권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만들면 된다. 12년간 이어져온 조례를 학교 구성원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임 교육감의 말처럼,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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