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인문학 이대로 괜찮을까?

성향숙 한국작가회의 경기지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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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학 최초로 덕성여대는 불어불문, 독어독문학과 신입생 모집을 미배정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결국 폐지 수순을 밟는다는 기사인데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 기사를 접하는 마음은 착잡하다. 산업화 이후 우리는 경제 논리로 학문을 대하기 시작했다. 소위 돈이 되는 학문을 해야 한다는 사고가 일찌감치 자리 잡으며 이공계가 뜨고 인문계는 점점 인기가 시들고 있었다.

 

대학에서 철학과의 폐지가 인문학 붕괴의 첫 신호였지만 무엇보다 ‘부자 되세요’라는 공익광고성 목소리까지 더해지면서 철학이 돈벌이가 되겠냐는 자조 섞인 한숨만 들려 왔을 뿐이었다. 인성을 중요 덕목으로 생각한 옛 교육을 생각하면 인문학은 더욱 필요하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인문학 열풍에 각 동사무소나 대학의 사회교육원,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강의가 개설되곤 했지만 인식의 전환엔 미치지 못하고 퇴임 중장년층의 시간 보내기용으로 소비되는 정도였다.

 

권력 상층부에 위치할 정치학과나 법학, 행정학, 경영학 쪽은 아직 수요가 많다. 하지만 국문학과 문예창작학을 통합해 스토리텔링학과로 축소하고 문학, 역사학, 인류학 등의 학문은 필요성이나 흥미를 느끼지 않으면 피하거나 돌아가는 형국이 됐다.

 

자연의 순환을 설명하고 인간의 이해와 서로를 연결하는 학문이 인문학 아닐까? 인문학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다. 읽고 쓰고 언어로 소통하는 생명체는 우주 공간에 인간이라는 종밖에 없다. 인류로 분류해 마땅히 인간이 우주의 중심임을 천명한다.

 

세상을 설명하는 것은 이공계 학문보다 인문학이 제격이다. 인문학은 맥락을 파악하고 서로의 눈빛을 이해해야 할 소통의 도구이며 갈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공동체 안에서 땀 냄새 맡으며 간격을 좁히는 것과 인류가 거쳐온 문명과 관습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맥락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한 가정 0.5자녀의 인구절벽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제도권의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학문은 인류 발전에 필요하고 각 분야의 고유한 역할이 있기에 균형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인간의 상상력과 동떨어진 학문으로 인류 문명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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