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호중이 갈 곳은 무대가 아니라 경찰서다

18일 오후 가수 김호중의 전국 투어 콘서트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가 열리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 입구에 팬들이 줄지어 서 있다.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가수 김호중의 전국 투어 콘서트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가 열리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 입구에 팬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19일 창원 공연을 마친 뒤 낸 사과문을 통해서다. 그는 “저는 음주운전을 했다”며 “크게 반성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범죄 가담 의혹이 있는 소속사 역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경찰 출석 날짜는 현재 협의 중”이라고도 했다.

 

연예인의 음주운전 잡음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특정 음주운전 사건을 특별히 비난할 의도는 없다. 절차에 따라 수사받고, 법에 따라 처벌받으면 된다. 문제는 김씨가 지난 10일간 국민 앞에 보여준 추한 범죄 행각이다. 음주 정황이 명백함에도 끝까지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국과수 조사가 음주 가능성을 지목했지만 여전히 굽히지 않았다. 사고 후 강행한 공연에서는 팬들을 앞에 두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장담까지 했다.

 

돌아보면 언행 하나하나가 범죄 연속이다. 9일 밤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한 뒤 그대로 달아났다. 특가법상 도주치상, 사고 후 미조치 범죄다. 사고 직후 매니저가 김씨 옷을 입고 경찰에 허위 자수를 했다. 운전자 바꿔치기를 통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다. 정황 증거, CCTV 화면, 식당 측 진술 등이 모두 음주운전을 가리켰다. 그런데도 음주운전은 없었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음주 운전 시인도 빼도 박도 못할 상황에 이르러서야 나왔다.

 

국민의 분노 유발은 이게 끝이 아니다. 오는 23~25일 예정된 공연을 강행한다고 밝혔다. 슈퍼 클래식으로 불리는 관객 2만명 공연이다. 외국 유명 악단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공연이다. 주최사인 KBS가 손을 뗐다. 하지만 그대로 강행한다고 밝혔다. 15만~23만원짜리 티켓으로 2만명이다. 4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두세 가지 혐의로 곧 소환될 처지다. 구속영장 신청까지 검토되고 있다. 이런 때 보란듯이 공연을 하겠다는 것이다.

 

소속사 측의 ‘출석 날짜 협의’라는 설명이 불편하다. 증거인멸, 짜맞추기, 거짓말로 점철된 열흘이었다. 그 모든 과정은 범죄 은닉을 위한 증거인멸이었다. ‘증거인멸 우려’는 중요한 구속 사유다. 그런데 무슨 소환 날짜를 협의하나. 개그맨 이창명은 뺑소니 범죄였다. 가수 김상혁은 음주운전이었다. 가수 이루는 운전자 바꿔치기였다. 모두 퇴출당했고, 그 후 유죄였다. 세 명 죄목이 다 더해진 김호중 사건이다. 갈 곳은 무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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