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GTX와 빨대효과, 그리고 지역문화

이지훈 경기역사문화유산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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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효과(straw effect)’라는 말이 있다. 1960년대 일본에서 등장한 용어인데 컵에 담긴 음료를 빨대로 마실 때처럼 고속도로, 고속철도의 개통 등 다양한 교통수단의 연결로 인해 대도시가 주변 중소도시의 인구나 경제력을 흡수하면서 생긴 대도시 집중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2004년 KTX 개통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이동 시간이 종전의 4시간대에서 2시간30분대로 단축되면서 부각됐다. 사람들은 고속철도가 대도시에 집중된 인구를 지방 도시로 분산시킬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 상당 규모의 소비와 도시 기능이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방 환자들의 서울 대형병원 쏠림 현상도 급속히 늘어나 지역 의료체계 붕괴를 우려하는 외침도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의 일부 구간(수서~동탄)이 개통됐다. B구간(송도~용산~마석)도 2030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 접근성이 더욱 좋아지면서 집값이 저렴한 경기도나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주분리(職住分離) 현상이 강화되고 역외(域外) 소비율도 급속히 증가할 위험성이 제기된다. 최근 인천시에서는 GTX역에 계획했던 복합환승센터가 경제성 문제로 건립이 불투명해지자 지역 상권의 쇠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내 불균형을 해소하고 도시 간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방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쏟아진다.

 

편리한 교통은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분야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기도민들은 다양한 문화를 누리기 위해 서울로 달려간다. 물론 서울의 문화 인프라와 콘텐츠가 경기지역을 압도하기 때문이겠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까?

 

사실 GTX 같은 교통의 발달은 사회·경제발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해서 이를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교통발달이 가져다주는 좋은 효과를 이용하려는 노력, 즉 상호간의 동반이익을 추구하는 자세를 끊임없이 견지해 나가야 한다. 단순히 시장 논리를 따르거나 주민들의 현재적 이해 요구만 수렴해서는 서울과 경기도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결코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지방분권시대 지방정부는 지역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까지 내다보는 고도의 전략과 다각적인 정책을 펴야 할 책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경기도에는 수준 높은 문화시설과 오랜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문화유산 등 돋보이는 문화자원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해 지역의 특색을 살리고 서울에서 느끼지 못하는 문화 체험이 가능한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서울과의 문화적 비대칭이 어느 정도는 해소돼야 경기지역의 가치와 매력이 배가될 것이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경기도 당국의 관심과 지원, 경기도 문화 관계자들의 열의과 노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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