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단의 거목’ 신경림 시인 향년 89세 별세

'농무', '가난한 사랑노래' 등을 쓴 한국 대표시인 신경림. 연합뉴스
'농무', '가난한 사랑노래' 등을 쓴 한국 대표시인 신경림. 연합뉴스

 

시집 ‘농무’, ‘가난한 사랑노래’ 등을 쓴 한국 문단의 거목 신경림 시인(88)이 22일 오전 8시17분께 별세했다.

 

암으로 투병하던 신 시인은 이날 오전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숨을 거뒀다. 문인들은 고인과 그의 작품이 한국 현대시와 문단에서 차지하는 높은 위상을 고려해 장례를 대한민국 문인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1935년 충북 충주에서 출생한 시인은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1956년 문예지 ‘문학예술’에 ‘갈대’를 비롯한 시가 추천되며 등단했다.

 

신 시인은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농민, 도시에서 밀려난 서민, 유랑민 등 민초들의 애환과 굴곡진 삶의 풍경을 질박하고 친근한 생활 언어로 노래해오며 평생을 ‘민중적 서정시인’으로 살았다.

 

신 시인은 1971년 ‘농무’, ‘전야’, ‘서울로 가는 길’ 등을 내놓으며 주목을 받았고, 1980년대에도 ‘달 넘세’, ‘남한강’, ‘가난한 사랑 노래’ 등을 통해 기층민들의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졌다.

 

신 시인은 반세기 동안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1999), ‘낙타’(2008), ‘사진관집 이층’(2014) 등의 시집과 ‘한국 현대시의 이해’(1981), ‘삶의 진실과 시적 진실’(1983), ‘우리 시의 이해’(1986) 등의 시론·평론집을 내놨다.

 

그의 마지막 시집인 ‘사진관집 이층’에 수록된 시 ‘쓰러진 것들을 위하여’에선 인생의 마지막 장에 다다른 시인이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읊조리기도 했다.

 

“개선하는 씨름꾼을 따라가며 환호하는 대신 / 패배한 장사 편에 서서 주먹을 부르쥐었고 / 몇십만이 모이는 유세장을 마다하고 / 코흘리개만 모아놓은 초라한 후보 앞에서 갈채했다 / 그래서 나는 늘 슬프고 안타깝고 아쉬웠지만 / 나를 불행하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 / 나는 그러면서 행복했고 / 사람 사는 게 다 그러려니 여겼다 // 쓰러진 것들의 조각난 꿈을 이어주는 / 큰 손이 있다고 결코 믿지 않으면서도”

 

한편, 신 시인은 만해문학상, 단재문학상, 대산문학상, 시카다상, 만해대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으며,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동국대 석좌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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