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섭 논설위원
체력이 떨어지거나 기운이 없는 경우 원기가 부족하다고 한다. 이럴 때 공진단이나 경옥고 등을 먹는 이들이 있다. 경옥고는 허준의 ‘동의보감’에 첫 번째로 등장하는 보약 처방이다. ‘늙은이를 젊어지게 하며, 온갖 병을 낫게 해준다. 정신이 좋아지고, 오장이 충실해지며, 힘이 넘쳐 말처럼 뛰어다니게 하고. 밥을 안 먹어도 배고프지 않도록 하는 명약 중의 명약’이라고 적혀 있다.
‘견옥고’도 있다. 개(犬)를 위한 프리미엄 건강기능식품이다. 반려견을 ‘가족같이’ 생각하다 보니 오래 함께하기 위해 건강을 챙긴다. ‘견옥고’의 상품 종류가 상당히 많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반려동물 100만 시대, 반려동물을 위한 각종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호텔, 수영장, 미용실, 카페, 건강식품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어느 카페에선 어린이나 어르신은 안 되고 반려견은 환영하는 곳도 있다. 카페에 ‘노키즈존’이나 ‘노시니어존’, ‘노실버존’ 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는 걸 종종 보게 된다. 반면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펫존’은 증가 추세다.
사회 곳곳에 ‘노OO존’이 만연해 있다. 카페와 식당을 중심으로 ‘노키즈존’이 성행하더니 요즘은 ‘노실버존’이 크게 늘고 있다. 호텔, 캠핑장, 헬스장에서도 고령층을 거부한다. 한 음식점에 ‘49세 이상 정중히 거절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은 적도 있다.
업주들이 ‘노실버존’을 내거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게 운영에 타격을 주고,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카페나 식당에서 직원에게 반말을 하고, 소리 지르고, 때로는 컵을 던지는 등의 ‘진상’ 고객 때문이란다. 물론 극히 일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식당의 ‘노키즈존’ 방침이 어린이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합리적 이유 없이 종교와 나이, 외모 등을 이유로 차별하면 ‘평등권 침해’라 했다. 이에 따르면 ‘노실버존’도 차별이다. 노실버존은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한다. ‘나이든 게 죄도 아닌데’ 차별 당하는 입장은 서럽다. 여러 세대가 어우러질 수 있게 차별과 혐오를 이해로 바꿔 나가는 정책이 절실하다. 누구나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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