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북한에 펴는 심리전 수단은 다양하다. 전방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한 대북 방송이 그중 하나다. 대한민국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내용이다. 북한 체제의 잔혹성을 고발하는 내용도 있다. 한국 가요를 방송하는 심리전을 펴기도 한다. 1963년 박정희 정부 때부터 시작된 오랜 수단이다. 2004년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중단된 바 있다. 그 후 2010년 천안함 피격, 2015년 지뢰도발,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때 재개되기도 했다.
요 며칠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오물 풍선 도발이 포함됐다. 1일 오후 8시부터 2일 오전 10시까지 대거 날아왔다. 서울·경기·충청·경북 등 지역에서 600여개가 발견됐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28~29일에도 260여개를 살포한 바 있다. 지금까지 식별된 오물풍선만 900여개에 달한다. 북측은 또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을 감행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을 향해 전개됐다.
오물풍선이 떨어진 곳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주택가 텃밭, 도심 건물, 야산 등 다양했다. 사상 유례없는 ‘불결한 테러’에 많은 시민들이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작 이번 오물 풍선 살포가 주는 공포는 따로 있다. 내용물이 오물이 아닌 독극물·화학 무기로 대체되는 경우다. 그 경우 낙하지점마다 극도의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우리 정부와 군도 이 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최근 북한 도발 관련 입장’을 통해 유감을 표시했다.
그 항의에 대해 보란듯이 다시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낸 것이다. 이쯤이면 상응한 대응책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정부가 가장 먼저 검토하는 게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다. 대북 확성기는 결정만 되면 언제든 가동될 수 있는 자산이다. 최전방 지역 10여곳에 고정식으로 설치돼 있다. 이동식 장비도 40여대가 있다고 전해진다. 북한의 오물 풍선은 심리전 수단이었다. 그에 상응하는 대응도 심리전일 필요가 있다. 대북 확성기 재개가 딱이다.
요 며칠 우리 국토는 유린당했다. 오물 풍선 살포했다. GPS 교란 공격했다. 초대형 방사포(KN-25) 무더기 발사했다. 이런데도 남북 관계 경색을 우려해 대응에 망설여야 하는가. 그건 분단 국가의 일방이 취해야 할 최소한의 자위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자국민에게 무기력한 군으로 낙인찍힐 위험천만한 일이다. 정부 스스로 지난달 31일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루만에 또 공격 당했잖나. 그러면 대응해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대단한 공세도 아니다.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의 축에도 못 낀다. 이조차 멈칫거리면 그건 국가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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