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벌써 후텁지근하다. 바야흐로 냉면의 계절이다.
평양식이든 함흥식이든 이 음식의 압권은 고명이다. 냉면 맛을 더하기 위해 얹는다. 배 같은 과일이 많이 쓰인다. 사과 등도 얹히긴 하지만 대세는 역시 배다. 제법 운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는 냉면에 배를 얹기가 부담스러울 것으로 전망된다. 배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햇배가 나오기 전까지 물량 부족이 우려돼서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다음 달까지 배 출하량은 1년 전보다 84.3%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햇배가 나오기 직전인 다음 달까지 출하량은 4천t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4.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물가 당국은 이달 배 도매가격은 15㎏에 11만1천80원으로 1년 전 3만8천925원과 비교해 185.4% 오르고 평년 4만7천674원보다 133.0% 비싸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래저래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배 값 오름세는 지난해 봄 냉해와 여름 잦은 호우 등에 더해 병해가 확산되면서 생산량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추석까지 값이 높은 수준을 보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유통업계의 우려도 가세한다. 배는 냉면 등 여름철 음식에 고명 등으로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꼭 찾는 수요처가 있는데 사과 값보다는 배 값이 더 올랐다고 밝혔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요 분산을 위해 직수입해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수입 과일 도입량은 1년 전과 비교해 품목별로 최대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수입 과일 도입량에는 배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냉면에 얹는 고명도 수입산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식도락가는 기가 막히게 가려낸다.
올여름 냉면 고명에 배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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