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욱한다. 다음 동작은 자명하다. 버럭 소리를 내지른다.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서다. 공격적인 언행이나 행동 등이 뒤따른다. 일의 중한 정도에도 맞지 않는다. 까닭 모를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그리고 끝없이 되풀이된다. 요즘처럼 더울 땐 특히 그렇다.
툭하면 매일 스트레스가 쌓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단조로운 일상이다. 이른바 분노조절장애증후군의 지속이다. 매일처럼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래서 증세라는 명칭이 붙었다. 의학계는 분노를 표현하면 약간의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그 이후 찾아오는 후회 및 허무함 등으로 되레 스스로 괴로움을 느낀다.
갈수록 끈적거리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종교인이 이 같은 증세를 앓고 있는 도시인들에게 치료 요령을 내렸다. 의사가 아닌데도 말이다. “욱하고 화를 내는 시간은 0.2초에 불과합니다. 감정이 요동치기까지는 6초가 걸립니다. 화가 났다고 판단하면 5~6초만 참으세요.” 명쾌하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의 말씀이다. 스님은 국민 정신건강을 위한 대중적인 선(禪)명상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그런 그가 사회지도층 인사를 모아 놓고 이렇게 당부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사회 리더를 위한 선명상 아카데미’에서다. 멈춤을 마음을 다스리고 고통에서 벗어나는 기본 요령의 하나로 꼽았다. 마음을 다스려야 세상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게 요체다. 행복과 불행, 즐거움과 괴로움, 기쁨과 슬픔 등이 떼어 낼 수 없는 관계임을 이해하라고 당부했다.
물론 선문선답일 수도 있는 불가의 가르침이다. 하지만 디지털에 인공지능(AI)까지 밀려오는 복잡 다단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유용한 깨우침은 간단명료하다. 헛기침을 하고 우리 앞에 펼쳐지는 가락을 반 박자만 가다듬어 보자. 그러면 밝음이 어둠을 밀어내고 우리를 환하게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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