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국수 한 그릇 드시고 가세요.”
따뜻한 음식을 매개로 이름처럼 모두의 마음을 어울리게 하는 봉사단체가 있다. 남양주시에서 활동 중인 이들은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무료로 국수를 대접하고 있다. 바로 ‘어울림봉사단’이다.
33명의 봉사단원은 모두 자녀 고등학교 학부모회 임원으로 활동하던 엄마들이다. 봉사단의 3대 회장을 맡고 있는 서정순 회장(61)도 마찬가지로 평범한 학부모였다.
지난 2006년 국수집을 운영 중인 이순명 초대 회장이 학무모들에게 봉사 활동을 제안했을 때 서 회장은 ‘함께 떼는 발걸음이라면 더욱 가볍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 없이 봉사활동에 동참했다. 이렇게 시작한 봉사가 벌써 18년 째 이어지고 있다.
어울림봉사단은 매달 1만원씩 회비를 모아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에 읍민회관 조리실에서 매회 400여명의 어르신들께 따뜻한 국수를 무료로 대접하고 있다.
매번 꼬박 반나절이 걸리는 봉사 활동은 지금도 녹록지 않지만, 단체 결성 초창기에는 국수를 조리할 장소도 여의치 않았다. 당시 봉사단원들은 주차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국수를 삶았다. 겨울철엔 씻어 놓은 그릇에 살얼음이 끼는가 하면 국수를 삶을 때 올라오는 수증기로 눈꺼풀이 얼어붙기도 했다.
서 회장은 “많은 어려움에도 우리가 만든 국수를 드신 어르신들이 보내주는 미소가 곧 봉사를 지속한 힘”이라고 말했다.
이름 그대로 꾸준히 어르신들과 어울려 온 어울림봉사단의 따뜻한 마음은 주변에도 퍼져 나갔다. 마트에서 고기와 떡을 보내주고, 주변 이웃과 기관에서 비용을 보태주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상차림이 더욱 풍성해졌고, 어르신들의 얼굴엔 미소가 더욱 가득해졌다.
이렇게 한마음으로 어울려 만든 국수는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남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어울림봉사단의 국수는 서울까지 소문이 퍼지고, 서울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의 발걸음도 이곳으로 이끌리게 했다. 특히 국물 냄새에 이끌려 건물 앞에 멈추기도 한다.
국수를 먹는 행운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젊은 사람’이다. 안타깝게도 나이가 어려 국수를 맛볼 수 없는 이들에게도 기회는 주어진다. 어울림봉사단은 국수와 각종 음식을 모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기금 마련 바자회를 3년에 한 번씩 열고 있다.
따뜻한 나눔과 노력을 인정받은 서 회장은 국회의원상에 이어 지난해에는 경기도지사 표창장을 받았다. 회원들 또한 다수의 시장상을 받고 있다.
서 회장은 “저희 봉사단은 누구 하나 찡그리는 사람 없이 항상 즐겁게 봉사를 하고 있다. 그 덕에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삶에서 느끼는 여러 행복 중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정성스럽게 마련해 드릴 수 있다는 것은 크고 깊은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어 “68세가 되면 어울림봉사단은 은퇴를 해야 한다”며 “활동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젊은 신규 봉사단원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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