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공백에 고통 커진 희귀질환자, 언제까지 외면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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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파업으로 인해 희귀 질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심각한 고통과 불편을 겪고 있다. ①희귀질환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인 조민수씨가 진료를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 ②붓고 상처 난 손과 다리. ③마약성 진통제를 주입하는 조씨. ④약으로 가득 찬 서랍. 경기일보DB

 

의료 파업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희귀·중증환자들이다. 이들은 전공의 비중이 큰 상급종합병원에서 정기 진료·처방을 받거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다.

 

하지만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 공백이 4개월여 되면서 희귀·중증환자들의 고통이 배가되고 있다. 제때 치료를 못 받아 죽음으로 내몰리는 건 아닌가 불안과 우울까지 극심해졌다.

 

의·정 갈등 장기화가 대학병원 등에서만 처방 가능한 특정 약이 필요한 환자들에겐 훨씬 위협적이다. 수술을 받지 못해 애태우는 환자도 많다. 정부가 전공의가 대거 빠져나간 대학병원 등을 중증·응급 진료 중심으로 비상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희귀·중증질환자에겐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고 있다.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중증질환연합회에선 “환자를 의·정 갈등의 도구로 쓰는 것을 멈추고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게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환자들은 고통의 긴 터널에서 신음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그 가족들은 일상이 망가져 버렸다고 한다.

 

경기일보가 의료 공백 속 사선으로 내몰린 희귀질환자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희귀질환자의 76%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데 전공의가 없어 수술과 치료 지연에 고통이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동네 병의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이들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국내 희귀질환은 지난해 기준 1천248개다. 특발성 폐섬유증이 가장 많고 이어 비가역적 확장성 심근병증, 전신홍반루푸스, 크론병, 모야모야병 등의 순이다. 희귀질환자는 총 70만명으로 추정된다. 매년 5만여명이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2021년 희귀질환 발생자는 5만5천874명이다. 이 중 유병인구가 200명 이하거나 질병 분류코드가 없는 극희귀질환자는 1천820명, 기타 염색체 이상 질환자는 87명으로 밝혀졌다. 유병인구 200명 넘는 희귀질환자는 4만3천79명이다. 경기도가 1만1천377명(26%)으로 가장 많다. 인천은 2천446명(5%)다.

 

희귀질환은 발병 원인이 명확치 않아 치료가 쉽지 않고 장기간 지속 관리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한 설문조사 결과, 희귀·난치성질환자 10명 중 8명은 근본 치료제가 없다고 했다. 치료제가 있어도 처방받아 복용하거나 투약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0%에 달했다. 절반 이상이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꼽았다. 투병 전보다 생활형편이 낮아졌다는 비율이 65%였다.

 

희귀질환자들은 신체적·정신적·경제적 고통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더 이상 이들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 된다. 위급상황 시 신속 대응체계 구축은 물론 세심한 지원체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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