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굳이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해야만 하나요?” [집중취재]

화성 리튬 배터리 폭발 참사 속 전기차 충전시설 화재 위험 커
‘금속 화재 소화기’ 인증 기준도 구비 매뉴얼도 없어… 속수무책
소방청 “TF 구성… 대응책 마련”

불안한 학교 안 전기차 충전소 

image
전기차 충전 시설 의무 설치법에 따라 경기도내 학교에 설치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 시설이 외부인의 이용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화재 위험성도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도내 한 학교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 시설. 조주현기자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가 23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며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사고’로 기록된 가운데, ‘학교 안 전기차 충전 시설’이 제2의 화마(火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에는 리튬 화재에 대응할 금속 화재 소화기(D급 소화기) 구비 매뉴얼은 물론, 소화기 인증 기준도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일 시흥시 수인로에 있는 검바위초등학교. 이곳 초등학교 바로 옆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들어섰다. 지난 1년간 안전상의 이유로 학부모들 반발이 거셌지만 결국 예정대로 6대의 전기차 충전소 자리가 마련됐다. 6대의 전기차 충전소 자리에는 금속 화재에는 사용할 수 없는 일반 분말소화기 하나만 구비돼 있었다.

 

검바위초에서 교통 안전 지도를 하고 있는 학부모 조명란씨(40대‧여)는 “전기차 충전소 때문에 현장에 나와 아이들 안전을 지도하고 있다. 지인들이 위험하다며 만류했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해 그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검바위초와 유치원에 세 자녀가 다니고 있어 전기차로 인한 화재가 많이 걱정된다”며 “전기차 충전소 구역에 햄버거 가게가 생긴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전기차 충전소 근처를 드나들까 더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같은 날 오후 수원특례시 영통구 매탄동의 효원초등학교 전기차 충전소. 이곳은 아이들이 교실로 향하는 출입문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어 외부 충격, 과부하에 따른 화재 발생 시 사고 확대 위험성이 더 높아 보였다.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는 2019년 7건에서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3건, 지난해 72건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금속 화재 소화기(D급 소화기)가 필요하지만, 전기차 충전 시설 내 비치는 물론, 소화기에 대한 공인 기준조차 없는 상태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 전기 버스에서 발생한 화재처럼 전기차는 불길이 잡히더라도 다시 재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시중에 있는 D급 소화기는 워낙 고가고 성능도 담보되지 않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소방청 관계자는 “7~8월 중 D급 소화기 기준을 정립할 계획”이라며 “리튬 전지 화재 대응책 마련 역시 조만간 TF팀을 구성해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