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게 시간이지만 김연수씨(62)의 지난 10여년은 그저 흐르지 않았다.
이웃에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대접하기 위한 마음이 절실했던 그의 시간은 촘촘하고 단단하게 흘렀다.
돌아보니 기쁨과 행복을 전했던 지난 시간에서 이웃들의 입가에 내내 미소를 짓게 한 시흥시 대야동 주민 김씨는 국수로 지역사회 곳곳에 따뜻한 정을 가득 채웠다.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담쟁이국수봉사회 회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재료를 다듬고 진한 멸치육수를 우려낸다.
먹음직스러운 잔치국수가 완성되고 모락모락 김이 솟아올라 식욕을 자극하기 더없이 좋은 점심시간이 되면 작은자리종합사회복지관을 찾은 어르신들이 봉사회 쪽으로 하나둘 모여들어 맛있는 한 끼를 즐긴다.
담쟁이국수봉사회가 지역주민을 위한 ‘토요 국수 나눔’ 활동을 이어온 지 어느덧 13년. 그는 봉사회 초기 회원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짐없이 국수 봉사에 누구보다 큰 애정과 열정을 쏟아왔다.
대야복지관에서 은행동북부노인복지관, 시흥시북부노인복지관에 이어 현재 작은자리종합복지관까지 꾸준히 장소를 옮겨 좀 더 많은 이웃에 정성 담은 한 그릇의 마음을 전했다.
매주 어김없이 300여명의 주민에게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대접하는 담쟁이국수봉사회의 일과는 그에겐 어르신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봉사회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는 잠시 국수 나눔을 접고 다양한 메뉴로 구성된 밀키트로 대체해 전달했다.
그는 국수 봉사 외에도 의용소방대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건강을 지키고, 축제 지원 활동에 나서고, 지역사회를 위해 아낌없이 몸을 던지면서 나눔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김씨는 2010년 치매를 앓던 어머니가 자주 들르던 신천대야복지관에 함께 갔다가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를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품게 되고 뜻을 같이하는 이웃들과 함께 담쟁이국수봉사회를 결성했다.
이후 회원들과 함께 부모님 같은 관내 어르신들의 든든한 한 끼를 위해 토요일마다 현장에서 사랑의 국수를 뽑아 텅 빈 속을 뜨끈하게 채워 드렸다.
해마다 음식 솜씨가 일취월장해 주위에서 국숫집을 차려 보라고 권유할 정도로 맛있는 잔치국수를 뚝딱 만들어 내는 김씨는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말 한마디에 봉사를 이어 나갈 힘을 얻고 더 열심히 살아가야 할 이유를 깊게 되새긴다.
김씨는 “재료비가 부족하면 회원들이 자비로 모아 해결한다”며 회원들의 따뜻한 열정을 이야기했다.
그는 “뜻을 하나로 모으고 마음을 다하면 못 할 게 없다. 회원들이 함께 부지런히 힘을 모으고 정을 모아 뜻을 함께했기에 긴 시간 시너지 효과를 내며 국수 나눔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는 취약계층 어르신들이 매주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애틋한 마음을 잘 알기에 국수 나눔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봉사회장을 두 번 역임한 김씨는 “국수 점심 날은 매주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고 말동무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며 “국수는 어르신의 곁을 지키는 힘이자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수 봉사가 평생 숙제이자 의무라며 “힘 닿는 데까지 국수를 만드는 맛있는 여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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