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14명이 목숨을 잃은 오송지하차도 참사를 계기로 정부의 ‘물 관리 일원화’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원화된 물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환경부가 수질 관리와 규제에만 초점을 맞춰 재해 예방에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넘어간 치수(治水) 기능을 국토부로 재이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물 관리 일원화는 수량 관리는 국토부, 수질 관리는 환경부가 나눠 하던 물 관련 업무를 환경부가 일괄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물 관리 기본법’은 2018년 6월부터 시행됐다.
수량, 수질, 재해 예방 등 대부분의 물 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일원화된 이후 부작용이 속출했다. 환경부가 내놓은 이·치수 대책은 거의 없다. 지난해 봄 남부지방은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고, 여름엔 집중호우로 지류·지천이 범람하며 홍수가 발생했다. 비가 그치고 폭염이 찾아오자 녹조까지 발생했다. 수량·수질 문제가 거의 1년 내내 발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물 관리 일원화 이후 2020년 1월에는 국가사무 일부를 지자체에 이양하는 지방일괄이양법을 통해 지방하천 정비사업 예산을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떠넘겼다. 이로 인해 경기도 등 전국 지자체의 하천정비 사업이 제때 시행되지 못했고, 하천 범람 등 홍수 피해를 키웠다.
행정안전부의 ‘전국 시·도별 소하천 정비 및 피해 현황’ 자료를 보면 2020년 이후 전국 소하천 정비율은 46.5%에 불과했다. 피해 규모는 2천499억원에 달했다. 경기도의 소하천 피해는 388억원이나 됐다.
지난해 말 기준 경기도내 하천은 국가하천 9곳, 지방하천 497곳, 소하천 1천999곳 등이다. ‘물 관리권’이 환경부로 이관된 2018년 이후 도내 지방하천에서 발생한 피해는 400건이 넘는다.
국고 보조의 소하천 정비사업이 2020년 1월 지자체 사업으로 전환된 후 전국 지자체가 사업비 부담 등으로 홍수피해 대책을 실행하지 못 하고 있다. 하천 준설과 하천 내 수목 제거는 손도 못 대는 실정이다. 수량조절용 보(洑) 내부에 쌓인 모래 등 퇴적물의 자원 활용도 못 하고 있다. 하천 내에 자생한 수목만 제거해도 물길이 정상화되고 하천 범람을 막을 수 있는데, 답답하다.
지방하천의 일부를 국가하천에 포함시켜 중앙정부가 정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는데 세부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물 관리 일원화와 지방하천 정비 예산 지자체 전가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기후변화 등으로 극한 호우가 일상이 됐다. 국가 물 관리 체계 재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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