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기차 화재 ‘불안감’ 증폭 차주, 지상·길거리 등 내몰려 불편 경찰·소방 화재 원인 ‘감감무소식’ 칸막이·간이수조 구체적 방안 필요
“때가 때인지라 전기차를 지하에 주차하기 눈치 보여요. 당분간은 불편해도 어쩔 수 없죠.”
8일 오후 2시께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의 한 아파트 인근. 지하주차장이 있음에도 지상에 주차한 전기차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만난 아이오닉 차주 김건우씨(60)는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 둔 전기차에서 불이 난 모습을 보고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기가 눈치 보인다”며 “지하에선 충전만 하고 가능한 지상에 주차한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앞서 지난 7일 오후 10시께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도로변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부분 신축이라 공동주택 지상주차장이 거의 없는 이곳에선 길가에 세워둔 전기차를 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진환승씨(47)는 “이번에 사고가 난 벤츠 차량과 같은 차를 몰고 있는데 눈치가 보여 지하 주차장 이용이 꺼려진다”며 “(길가 주차로) 과태료를 감수하고서라도 당분간은 길거리에 차를 세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동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 중인 가운데 전기차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지하주차장이 아닌 지상주차장이나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이 차량 배터리 등 주요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서다.
지난 6일에 일어난 충남 금산군 전기차 화재 사고도 ‘전기차 포비아’를 키우고 있다.
이에 인천 일부 공동주택들은 아예 전기자동차 입차를 금지하고 있다.
김상식 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주민들 불안감이 높아지고, 주민 간 갈등 우려도 크다”며 “지하주차장에 칸막이를 설치하거나 간이수조를 배치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지난 1일 오전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벤츠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또 아파트 일부 동에 전기 및 물 공급이 끊기면서 이날 오전 기준 주민 660여명이 임시주거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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