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한 그릇에 담긴 사랑’…중화요리를 사랑하는 모임 조광석 회장

조광석 수원중사모 회장. 오민주 기자
조광석 수원중사모 회장. 오민주 기자

 

“짜장면 한 그릇으로 꿈과 행복을 줄 수 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20년 가까이 지역 어르신들과 아이들을 위해 짜장면을 만들고 있는 조광석 수원중사모(중화요리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59)의 짜장봉사가 어느덧 487회를 맞았다.

 

중국집과 중화인력전문 인력사무소를 운영했던 조 회장은 지난 2006년 한 봉사단체에서 짜장소스를 만들어줄 사람을 구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우연한 전화 한 통을 계기로 그의 첫 봉사는 그해 4월부터 시작됐다.

 

그러던 2014년 ‘중화요리를 사랑하는 모임’의 약자를 따서 중사모봉사회를 만들었고, 96명의 회원이 모였다. 한 달에 3~4번, 중사모 회원들은 짜장면을 대접할 곳을 찾아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봉사를 나가기 전날부터 조 회장의 발걸음은 분주해진다. 하루 전에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숙성해놔야 짜장면이 더 맛있다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무거운 밀가루 포대를 옮기고 그의 두 손으로 반죽을 치대고 주무른다. 하얀 가루가 폴폴 날려 콧잔등에 소복이 쌓일 때쯤이면 수백인 분의 밀가루 반죽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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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석 수원중사모 회장이 짜장면을 만들고 있는 모습. 본인 제공

 

다음 날 아침 8시가 되면 중사모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짜장면에 들어갈 고기를 바싹 볶아서 큰 솥에서 끓이고, 짜장소스에 들어갈 야채를 썬다. 짜장면을 만들어본 적도 없었던 회원들이 지금은 중국집 주방장과도 견줄 정도의 실력이 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짜장면 한 그릇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보육원의 이웃들에게 전해진다. 조 회장은 “한여름 무더위에 뜨거운 불길 앞에서 짜장면을 만들고 나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지지만, ‘너무 맛있어요. 고마워요’라고 해주는 한마디에 힘이 절로 난다”며 “입가에 짜장소스가 묻은 채로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아이들을 볼 때마다 오히려 봉사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짜장봉사는 전국의 재난 현장에서도, 군부대에서도, 교도소에도 만날 수 있다. 포항지진 피해 현장에선 하루 3끼 짜장면을 대접했고, 전주교도소에선 1천300인분의 짜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오는 11월쯤이면 짜장봉사 500회를 맞는다. 그의 짜장봉사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조 회장은 “짜장면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곳들이 많아 예약이 10월까지 차 있다”며 “몸이 열 개라면 요청이 들어온 곳 모두 가고 싶지만, 체력에 한계를 느껴 모두 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이어 “몸이 따라줄 때까지 600회, 700회, 그 이상 계속 짜장봉사를 다니며 짜장면 한 그릇에 담긴 사랑을 전해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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