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응급실이 무너져 가고 있다. ‘응급실 붕괴론’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정부는 ‘응급의료 역량에 문제 없다’고 하는데 현장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지난달 두 살짜리 응급 소아환자가 1시간가량 응급실을 찾다가 의식불명에 빠졌다. 12번째 연락한 병원에서 겨우 응급진료를 받았으나 심각한 뇌 손상으로 한 달째 의식불명 상태다. 앞서 연락한 11곳 병원 중에는 소아응급실을 운영하는 곳도 있었지만 소아신경과 담당의가 없어 진료를 받지 못했다.
병원에서 환자 수용을 거부해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로 피해를 본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응급실을 제때 찾지 못해 60대 여성 온열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뒤 1시간 만에 숨지는가 하면, 산모가 구급차에서 출산한 일도 있었다.
비상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지 오래 됐다. 응급실 상황은 점점 더 나빠져 간다. 응급환자를 실어나르는 119구급대원들조차 인력과 병상 부족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는 응급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전국 응급실 상황에 대한 일일 브리핑을 시작했다. “일부 어려움은 있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하는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진료 차질이 심화되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409개의 응급실 중 99%인 406곳은 24시간 운영 중이다. 응급실을 닫지 않았다고 하지만 상당수가 전문의 부족으로 정상 진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는 “전국 57개 대학병원 응급실 중 분만이 안 되는 곳은 14곳, 흉부대동맥 수술이 안 되는 곳은 16곳, 영유아 장폐색 시술이 안 되는 곳은 24곳, 영유아 내시경이 안 되는 곳은 46곳”이라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밝혔다.
불만 켜 놓고 응급실 간판만 달아 놓은 곳은 소용이 없다.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어야 하는데 정상 진료가 안 되니 문제가 심각하다.
복지부가 응급실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4일부터 파견하기로 했다. 군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군의관들이 부대를 떠나고,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는 공보의가 근무지를 떠나면 그 공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 발표는 없었다.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환자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전공의들의 전면 복귀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상황, 정부 대응은 너무 안일하다. 아주대병원 등 수도권 권역 응급의료센터들도 주중 하루나 이틀 응급실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필수의료 인력 확보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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