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다섯 쌍둥이 출산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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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논설위원

지난 주말 다섯 쌍둥이 소식이 화제였다. 초저출산 시대에 ‘오둥이’는 그야말로 국민적 경사였다.

 

다섯 쌍둥이 출산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우리나라에선 1987년 9월에 서울대병원에서 시험관 시술로 다섯 쌍둥이가 탄생했다. 인공수정으로 한 번에 다섯 명 태어난 것은 세계 최초였다. 당시 32세의 산모는 배란 문제로 9년 동안 아기를 갖지 못했다. 1987년 2월 산부인과 장윤석 교수팀은 난관 수정 방법으로 3개 이상의 수정란을 자궁에 이식했고, 여섯 쌍둥이 임신에 성공했다. 예정보다 7주 빠른 32주4일 만에 사산된 한 명을 제외한 다섯 명의 아기는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2021년 11월 서울대병원에서 또 다섯 쌍둥이가 태어났다. 군인 부부가 인공수정으로 여섯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한 명은 도중에 자연 유산되고 다섯 쌍둥이는 잘 자라 세상 밖으로 나왔다. 전종관 산부인과 교수의 진두지휘로 30여명의 의료진이 총출동해 출산을 도왔다. 28주 만에 태어나 몸무게 1㎏ 남짓, 5명 모두 합쳐도 4.9㎏에 불과했던 오둥이는 건강한 아이들로 성장했다.

 

지난 20일, 이번엔 자연 임신으로 생긴 다섯 쌍둥이가 서울성모병원에서 태어났다. 국내에서 자연 임신으로 다섯 쌍둥이 출산은 처음이다. 동두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김준영씨와 양주의 한 학교에서 교육행정직으로 근무하는 사공혜란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남아 3명과 여아 2명이다. 아기들의 태명은 ‘팡팡레인저’. 멤버가 다섯 명인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에서 따왔다. 오둥이 아빠 김씨는 “저희 집안에도 갑자기 한 반이 생겼다”며 건강하게 잘 키울 것이라고 했다.

 

의료공백 사태 속에서도 서울성모병원 측은 신생아 한 명당 소아청소년과 교수, 신생아집중치료실 간호사, 분만실 간호사 등 3명씩 팀을 꾸리는 등 철저히 준비해 다섯 생명이 세상의 빛을 보게 했다. 귀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의료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다섯 쌍둥이 소식에 각계에서 축하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하지만 다둥이 탄생을 기뻐하는 데만 그쳐선 안 된다. 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물적·제도적 지원을 통해 열악한 산부인과 및 소아청소년과 상황부터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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