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 기쁨과 눈물·고통과 빛을 연주하다

공연리뷰_마리아 조앙 피레스 피아노 리사이틀

살아있는 피아노의 전설, 포르투갈 출신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가 지난달 20일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 대전, 대구 등 국내 투어를 진행했다. 21일 아트센터인천에서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 13번과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F장조, L.75’, ‘피아노를 위하여, L.95’를 연주했다.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 아트센터인천 제공.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 아트센터인천 제공

 

피아노 앞에서 70여년, 여전히 배움을 말하다

“저는 스페셜리스트라기보다는 그 음악들을 사랑하고 배우기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1944년생, 올해로 80세가 된 피아니스트가 전국 투어에 앞서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클래식 음반 전문점 풍월당에서 진행된 팬들과의 대담에서 한 말이다.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불리고 슈베르트, 쇼팽, 드뷔시 등 서정성이 짙은 음악을 자주 연주하는 것에 대해 “조금 더 끌리고 좋아하는 작곡가의 음악을 여전히 공부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포르투갈 리스본 출생으로 5세에 독주회를 열고 7세에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할 정도로 신동이었다. 이번 대담을 통해 첫 독주회부터 모차르트를 연주했노라 회상했다. 물리적인 세월만 따져 봐도 7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모차르트를, 피아노를 ‘공부’한 그녀는 현존하는 최고의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임이 분명하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피레스는 모차르트 소나타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조금씩 달리했다. 9월 21일 아트센터인천에서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과 13번,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L.75’, ‘피아노를 위하여, L.95’를 연주했고 전날 서울 예술의전당에선 드뷔시 대신 쇼팽의 ‘녹턴’을 선택했다.

 

명쾌하고 건강한 터치, 맑고 투명한 피레스의 음색은 모차르트 음악에서 절정의 빛을 낸다. 20대에 녹음한 모차르트 소나타 음반은 발매 당시 이미 ‘완성형’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런 그녀는 반세기 동안 자유로움과 깊이, 절제와 유연함을 더해 자신만의 모차르트를 숙성시켜 왔다.

 

인격이 묻어 나는 음색, 삶에 대한 겸손함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무채색의 단순한 옷과 낮은 신발을 신고 무대에 등장한 피레스는 첫 곡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 C장조’를 연주했다. 피레스의 연주는 따뜻하고 섬세하지만 주저함이 없었다. 대체로 양손 한 성부씩 단선율로 구성된 작품의 각 음과 프레이즈마다 피레스는 서사를 담아내고 있었다. 앞선 대담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이 “기쁨과 눈물, 고통과 빛이 한 프레이즈에 있다”고 표현한 바 있는데 피레스는 자신의 연주를 통해 그것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었다.

 

그런 피레스조차 모차르트보다는 드뷔시를 연주할 때 한결 편안해 보였다. 대부분의 피아니스트가 공통적으로 “모차르트가 가장 어렵다”고 말하는데 70여년을 모차르트에 천착해 온 피레스도 예외는 아닌 것일까.

 

신동이었던 그녀가 연주자를 넘어 피아노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동경과 지지의 대상이 된 데는 1999년 그녀가 평생 모은 재산을 투자해 고국에 설립한 ‘벨가이스 예술센터’와 2012년부터 벨기에에서 시작한 ‘파르티투라 프로젝트’의 의미와 역할 때문이다.

 

파르티투라 프로젝트는 크게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을 위한 합창단 운영과 경쟁 중심에 대안을 제시하는 워크숍을 들 수 있다. 음악 교육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교육에 대한 피레스의 철학을 엿볼 수 있으며 물질적인 표현보다 ‘영적인’ 것에 집중하는 그녀의 삶과도 직결된다.

 

피레스는 이번 내한을 통해 9월 20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등 4개 도시에서 총 5회 공연을 가졌다. 잠시 대만에서 연주를 한 후 10월 2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를 협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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