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사람 잡는 포획 포상금

김규태 지역사회부장

2019년 말 재밌는(?) 포상금제도가 도입됐다. 멧돼지를 잡으면 정부가 마리당 20만원을 준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자 ‘엽사’라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농작물 피해의 주범인 멧돼지의 출몰이 잦아들었다. 그런데 이들의 오인 사격으로 인해 애먼 사람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것이 적절한 비유가 될까. 아무튼 존엄한 생명을 앗아가기에 멧돼지와 엽사의 활동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하다.

 

실제 사례를 보자. 지난 6일 밤 연천군에서 40대 남성 엽사 A씨가 동료 엽사의 총에 맞아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엽사들은 어두운 밤 열화상카메라에만 의존했다. 카메라가 작동하자 엽사들이 차에서 내려 방아쇠를 당겼지만 멧돼지가 아닌 A씨가 맞은 것.

 

멧돼지 포획에 나섰다가 실수로 사람을 총격한 사고는 올해 7월 경북 영주시와 강원 횡성군에서도 발생했다. 영주에서는 밭일하던 50대 여성이 숨졌고 횡성에서는 엽사인 50대 남성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에서 오인 사격으로 결국 사람을 잡고만 엽사들의 이구동성(異口同聲). “멧돼지로 오인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수렵용 총기 사고는 2018∼2022년 5년 동안 40건이 발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58건)의 69%를 차지했다. 수렵용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15명이나 됐다.

 

총기 오인 사고가 끊이지 않은 데 대해 업계에선 포상금제에 주목하고 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되기 1년 전인 2018년 1만5천여명이던 수렵면허 1종 소지자는 지난해 말 3만1천337명으로 증가했다. 두 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지자체들도 최소 5만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별도 포상금을 주고 있어 이제 멧돼지 잡는 엽사는 하나의 직업이 된 셈이다. 그런데 사람도 잡을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인센티브는 있어도 페널티는 없다. 오인 사격이 아닌 정밀 사격이 될 수 있도록 자율보다는 강한 통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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