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주 4.5일제’를 왜 경기도가 선도하나

노동·자본 선택 이데올로기
정치 영역 화두, 왜 행정이
베네수엘라의 ‘성탄절’ 선심

누구나 가는 여름휴가다. 앞뒤 섞어 일주일쯤 썼다. 곧이어 민족 명절 추석 연휴다. 9월16, 17, 18일 쉬었다. 국군의 날, 제헌절, 한글날이다. 10월1, 3, 9일 쉬었다. ‘퐁당퐁당 데이’라는 연휴다. 그 두 달, 일은 며칠 했을까. 9월은 31일 중 18일 했다. 출근 비율 58%다. 10월은 이보다 많아 21일 했다. 67%다. 솔직히 휴일 반납한 건 없다. 쉴 거 다 쉬고, 놀 거 다 놀았다. 그렇다고 찜찜함까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이런 생각이 여러 번 났다.

 

경기도가 주 4.5일제를 추진한다. 원래 경기도의 화두가 아니다. 민주당의 대선·총선 공약이었다. 노사의 예민한 화두이기도 하다. 그걸 경기도가 끌어왔다. 정확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끌고 왔다. 8월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구상을 밝혔다. ‘국가 어젠다화를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경기도가 하겠습니다’. 이후 사업 진행이 속도감 있게 가고 있다. 민간 기업 50개 참여를 결정했다. 기업에 장려금을 주는 방식도 만들었다. 이제 공론화다.

 

공청회를 열었다. 방향이 분명하다. 시민단체 패널이 제도의 장점을 강조했다. 중소기업 대표는 성공담을 소개했다. 오간 토론도 전제는 실행이다. 경기도 관계자가 시범실시의 내용을 소개한다. 격주 주 4일, 내년 1년, 민간 기업 50개, 금요일 반 근무.... 대략의 정책 방향으로 보면 될 듯하다. 12월까지 용역이 실시된다고 했다. 거기서 뭐가 더 나올지 모르겠다. 용역 방향이 이것과 다를 거 같진 않다. 이쯤 되면 내년 실시로 보인다. 참 빨리 간다.

 

김 지사가 ‘선도적 역할’을 말했다. ‘선도’를 푸는 통상의 뜻이 있다. ‘남보다 앞서’ 또는 ‘제일 먼저’다. 이 의미라면 선도는 제주도에 빼앗겼다. 7월1일부터 주 4.5일제 실시에 들어갔다. ‘13시의 금요일’이라는 닉네임도 자랑했다. 금요일 오후 1시에 퇴근한다는 얘기다. 억지로 ‘전국 최초’에 매달린 듯하다. 제주도와 행정시·공공기관만 시행한다. 그것도 의료원 등 일부 기관은 제외했다. 경기도는 50개 기업에 돈 주고 시행한다. 다를 것 없다.

 

더 무거운 주제도 있다. ‘주 4.5일제’는 그냥 정책이 아니다. 노동과 자본에 대한 정치적 현시(顯示)다. 그 자체가 정치이자 이데올로기다. 금융노조가 주 4.5일제를 파업 조건으로 걸었다.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93.4%가 찬성했다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5월에 설문을 했다. ‘제22대 국회에 전하는 경영인들의 바람’이다. 막아 달라는 첫 번째 요구가 주 4.5일 실시다. 이 예민한 선택을 경기도 행정이 하겠다는 거다. 왜.

 

‘놀 욕구’는 늘 ‘일할 욕구’를 누른다. ‘주 4.5일’은 뒤로 못 간다. 한 번 시작하면 ‘5일’로 못 온다. 산업 전반을 지배할 것이다. ‘주 5일 회사’로 누가 가겠는가. 모든 기업이 직접 또는 간접 영향권에 들어가는 거다. 소상공인도 그 속에 들어간다. 70만 경기도 소상공인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때 35%가 망해 나갔다. 경쟁력 잃고 근근이 이어간다. ‘주 4.5일’이 달가울 리 없다. 그걸 왜 경기도가 앞서 부르짖을까.

 

베네수엘라에 크리스마스가 왔다. 올해만 10월1일이다. 마두로 대통령이 ‘명령’으로 베푼 선물이다. 2013년부터 두 번 연임했고 세 번째다. 산업 국유화, 무상복지 정책 등을 밀었다. 재임 중 물가상승률이 6만5천%다. 인구의 30%인 770만명이 고국을 떠났다. 이래놓고 또 하겠다며 버틴다. 민심이 동요하자 꺼내 든 공휴일 선물이다. 퍼주다 퍼주다 이제는 성탄절까지 퍼주는 나라다. 이제 국민이 안 받는 모양이다.

 

AFP가 현지 시민 말을 옮겼다. “우유 살 돈도 없는데 무슨 공휴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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