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참 자주 옮겨 다녔다. 그럴 때마다 트럭에 이삿짐을 잔뜩 실었다. 정들었던 동네를 떠날 때마다 동갑내기들이 달음박질하며 따라오곤 했다. 어렸을 적 추억이다.
필자의 선친은 직업군인이었다. 근무처가 바뀔 때마다 어머니는 전셋방을 구해야 했다. 친구를 사귈 만하면 이사를 가야 했다. 살던 마을이 익숙해지면 이별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부쩍 늘었다.
그 긴 세월이 지났는데도 직업군인들의 이사는 줄지 않고 있다. 잦은 전출도 원인이지만 쥐꼬리만 한 월급에 집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여전히 민간인이나 일반 공무원과는 큰 차이를 보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 자료에 따르면 10년 이상 복무한 직업군인의 지난해 자가 보유율은 42.2%로 나타났다. 직업군인의 자가 보유율은 2016년 31.9%에서 조금씩 상승해 7년 동안 10%포인트가량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수치는 2022년 조사된 국민 자가 보유율 57.5%보다 15%포인트 이상 낮았다. 소득 1∼4분위 하위소득 계층 국민 자가 보유율(45.8%)보다도 낮았다. 일반 공무원(63.0%)이나 군인과 같은 제복 공무원인 경찰(64.6%), 소방공무원(58.9%)과도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직업군인 계급별 자가 보유율은 장성 68.8%, 대령 67.6%, 중령 62.2%, 소령 42.5% 등으로 나타났다. 준사관인 준위 60.2%, 부사관인 원사가 56.2%이고 상사는 39.4%로 분석됐다.
대한민국 국군은 세계 5위권이다. 그런데 최일선에서 국토를 수호하는 직업군인들은 절반 이상이 집도 장만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게 현실이다. 직업군인의 낮은 자가 보유율 및 군인 가족의 잦은 이사에 따른 주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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