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 마주한 기후위기, '적응'을 넘어 '대비'해야

유철상 한강유역물관리위원회 정책분과위원장·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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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후가 변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위기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등장했지만 과장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지독한 더위가 9월이 다 지나도록 물러날 기미가 없다가 10월이 돼서야 좀 수그러들었다. 동시에 집중호우는 더욱 날카롭게 도시들을 공격하고 있다. 과거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는 평생 한 번 볼까 말까한 드문 일이었다. 요즘은 이곳저곳에서 툭하면 발생한다. 언론에도 100년, 200년 빈도의 폭우가 내렸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비정상이 정상이 돼버린 게 기후변화의 현실이고 위기의 근원이다.

 

지구의 평균 온도 증가가 이런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건 이론적으로도 규명된 사실이다. 산업혁명 이후 단지 1도 정도 상승한 기온이 오늘날의 현실을 만든 것이다. 이에 각국 정상은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지구 평균 온도의 증가를 1.5도 이하로 억제하자고 약속했다. 안타깝게도 이 약속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현실적 이유로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위기는 현실이 될 것이고 더욱 심화될 것이다.

 

세계 각국은 ‘완화’와 ‘적응’을 중심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완화는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변화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고 적응은 이미 발생한 변화에 대응해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뜻한다. 그러나 완화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모든 나라의 협력이 필요하나 선진국과 후진국, 대륙별 이해관계가 갈리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각국은 적응을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소위 적응은 각국이 처한 상황과 우선순위에 맞춰 해법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기후변화로 홍수와 가뭄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저항 능력도 키우면 된다. 물 분야에 있어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다목적댐이다. 최근 발표된 기후대응댐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적응 전략 중 하나다. 기존 인프라의 한계를 뛰어넘는 극한의 홍수와 가뭄에 대응해 저항 능력을 키우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

 

홍수나 가뭄에 대응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홍수 대응을 위해 위험지역을 보호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위험지역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있다. 극단적이지만 주민을 이주시키고 하천 주변 농경지는 포기할 수 있다. 용수전용댐을 건설할 수도 있지만 해수 담수화 등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는 결국 사회가 합의해 나갈 몫이다. 가능한 선택지 중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며 갈등은 줄이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 고려되고, 그도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삼선이 고려된다. 하나의 안으로 부족하면 두 개, 세 개의 안이 복합적으로 고려되기도 한다. 이번에 발표된 기후대응댐 건설 계획도 이런 과정을 치밀하게 거쳐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한강 유역에는 특히 다목적댐이 2개 포함돼 있다. 그중 하나가 경기 연천의 아미천댐이다. 임진강, 한탄강 유역의 연천, 포천은 매년 홍수특보의 발령을 거르는 적이 없을 정도로 홍수에 취약하다. 실제로 1996, 1999년 이 지역을 덮친 대홍수로 당시 한탄강 인근 마을과 군부대 침수로 인한 인명 및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2020년에는 집중호우로 연천읍 일부 지역이 침수 피해를 겪기도 했다.

 

또 한탄강댐의 다목적화를 요구할 정도로 가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2007년 북한지역에 황강댐이 건설되면서 평상시 임진강 수량이 급격히 감소했고 연천군은 이에 대한 용수 확보 대책 마련을 정부에 꾸준히 제기했다. 2015년에 중부지방에서 발생한 대가뭄 역시 가뜩이나 가뭄 대책이 부족한 이 지역의 용수 확보 문제를 더욱 부각시켰다.

 

아미천댐은 임진강과 한탄강 유역에 반복되고 있는 홍수와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해 연천군에서 건의한 댐이다. 정부에서도 그 필요성을 검토해 7월 발표한 기후대응댐 계획에서 다목적댐으로 제시했다. 추진 목적인 기후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도 달성하면서 댐이 건설되는 지역에도 충분하고 실질적인 혜택이 지원되는 정부 당국의 정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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