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한반도...경기도 남북교류협력기금 ‘안갯속’ [집중취재]

문화·관광·긴급구호 등 인도적 지원 기금
338억 적립금 중 올해 88억 탈북민 지원
2020년 이후 교류 막혀… 직접 사업 중단
도내 4개 지자체, 관련 조례안 폐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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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의 남북 연결 도로 일부를 폭파하면서 DMZ 안보 관광 및 남북 경제협력이 중단되는 등 한반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이날 운영을 중단한 임진각 안보관광 매표소(오른쪽)와 최근 개성공단의 모습. 조주현기자

 

극단으로 치닫는 남북 관계의 영향으로 경기도가 북한 지원을 위해 조성한 남북교류협력기금의 사용처가 안갯속에 빠졌다.

 

애초 도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기금을 조성, 각종 사업에 활용했으나 북한이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폭파하는 등 남북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본래 목적대로의 기금 사용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15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가 지난 2001년부터 조성한 남북교류협력기금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위해 적립된 예산을 의미한다. ‘경기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에 따른 기금의 용도는 △문화, 관광, 경제 등 남북교류협력사업 △남북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 증진 사업 △북한 긴급구호에 관한 사업 등으로 규정됐다.

 

올해 본예산 기준 도는 남북협력기금 338억4천700만원을 적립했으며 이 중 88억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하지만 이는 애초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라는 주요 목적과 달리 도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원 등 국내만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 발생 당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것을 시작으로 남북 간 긴장 상태가 계속되면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교류 협력 사업의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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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의 남북 연결 도로 일부를 폭파하면서 DMZ 안보 관광 및 남북 경제협력이 중단되는 등 한반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이날 운영을 중단한 임진각 안보관광 매표소(오른쪽)와 최근 개성공단의 모습. 조주현기자

 

실제로 남북 관계 악화 이전에 도가 추진한 북한과 관련한 사업은 2018년 말라리아 공동방역(5억원), 2020년 남북의료협력(10억원) 등이 마지막이며 이후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사업은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내년 말 남북교류협력기금의 존속기한 만료를 앞두고 도는 2025년 초 조례 개정으로 이를 연장할 계획이지만 결과는 속단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회에서 기금의 기능 재정립 목소리가 나온 데다 도내 기초지자체에서 관련 조례안을 폐기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수원특례시의회에선 기금의 존치가 의미 없다는 이유로 관련 조례안을 없애는 등 지난 2022년부터 도내 4개 지자체에서 이와 같은 조례를 폐기했다. 더욱이 수원특례시의회의 경우 이 과정에서 격론이 벌어진 만큼 전문가들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기금의 전용 시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는 “당장 남북 관계가 개선될지 확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처한 재정 상황에 따라 기금의 존치 문제 등이 거론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전문가, 주민 등이 함께 참여해 기금에 대해 논의해야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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