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 랩 소장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아이로봇’에서 주인공은 인류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 로봇에게 이렇게 묻는다 “로봇이 교향곡을 작곡할 수 있어? 로봇이 빈 캔버스를 아름다운 걸작으로 채울 수 있나?” 이에 로봇은 차갑게 반문한다. “그럼 너는 할 수 있어?”
이 대사는 생성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다시 쓰여져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이제 AI는 음악을 작곡하고, 그림을 그리며, 영화와 문학작품까지 창작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한때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의력과 상상력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2024년의 로봇은 이렇게 답할지도 모른다. “나는 할 수 있는데 너는?”
AI는 인간의 역할을 놀라운 속도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가까운 미래에 전 세계적으로 3억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자동화될 수 있으며 유럽과 북미에서는 약 25%의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렇게 급변하는 상황에서 개인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 중 하나는 인류가 만든 최고의 도구인 AI를 적극 활용해 생산성과 창의력을 높이는 것이다. ‘AI가 예술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예술가가 그렇지 않은 예술가를 대체할 것’이라는 말은 단순히 예술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AI가 우리의 충직한 도구로만 남아 있기에는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챗GPT는 단 1년 만에 IQ 테스트에서 하위 2%에서 상위 37%로 급등했고 많은 전문가가 2년에서 10년 이내에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을 가진 AGI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류는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AI와의 경쟁이 아니라 AI가 하지 못하는 영역에 있다.
가장 중요한 영역이 독창성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연결해 결과물을 생성하는 데 능숙하지만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고흐의 그림을 모방하거나 그의 스타일로 다른 이미지를 그릴 수는 있어도 고흐처럼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독창적 작품을 창조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인간은 또 직관과 통찰력을 통해 데이터 이면의 미묘한 맥락과 감정을 포착할 수 있으며 서로 다른 개념과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러한 비선형적 사고와 감성지능과 융합 능력 역시 AI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다.
위에서 언급한 독창성, 비선형적 사고, 공감 능력 등은 모두 예술적 감수성과 깊이 연결돼 있다. ‘아이로봇’에서 주인공은 AI에게 “인간은 꿈을 꿔. 하지만 너는 꿈을 꾸지 못해. 너는 그저 기계일 뿐이야”라고 말하며 AI와 인간의 본질적 차이를 강조한다.
AI는 어떤 인간보다도 더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하고 패턴을 분석할 수 있지만 꿈을 꾸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비논리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틀 속에 무한한 상상력과 복합적인 감정을 담는 것, 이것이 AI가 다다를 수 없는 꿈과 예술의 영역이다.
AI 시대를 대비해 많은 사람이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AI가 가장 먼저 대체하고 있는 분야 역시 코딩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프로그래머에게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 랭귀지는 ‘자연어 (어휘 구사 능력)’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최첨단 기술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지금, 인문학과 예술 교육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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