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전문대학의 생존 전략

목경열 두원공과대 보건의료행정과 교수

image

수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문대학들은 수험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능 시즌은 마치 대학가의 ‘축구 결승전’과 같아서 각 대학이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전략 대결을 펼치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 재정 문제, 직업 교육에 대한 낮은 인식이라는 ‘세 명의 전문 수비수’가 전문대학의 총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이 ‘수비벽’에 대한 부담은 현실이 돼 전문대학의 학교 운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는 학생 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전문대학의 입학 경쟁률 하락은 물론이고 정원 충원의 어려움과 더불어 수익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특히 지방에 위치한 전문대학은 접근성 문제와 지역 경기 침체로 인해 학생 유치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교가 벚꽃 지는 순서대로 없어진다’는 말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표현이지만 이제는 꽃이 피는 순서와 관계없이 모든 지방대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대학은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재정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등록금 수입이 감소하고, 이는 교육 시설 투자와 교직원 고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은 지원율 포함, 사회적으로 경쟁력이 우세한 4년제 대학에 집중돼 있어 전문대학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전문대학이 산업체와 협력하거나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수익을 창출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재정적 어려움을 완전히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최근 글로컬30 사업을 통해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지만 주로 4년제 대학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연구 역량, 글로벌 네트워크, 산학 협력 능력 등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전문대학은 이러한 지원에서 사실상 제외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전문대학은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기대하기보다는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일부 전문대학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산업체와 협력해 맞춤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현장 실습을 강화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온라인 학습 시스템을 도입해 더 많은 학생이 접근할 수 있는 유연한 교육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전문대학이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별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문대학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과 협력해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새로운 인재 양성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사회적 수요가 증가하는 분야에 맞춰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지역 산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실무와 직결된 인재를 배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전략은 단기적인 해결책을 넘어 전문대학이 장기적인 생존 기반을 마련하는 데 필수적이다.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와 산업의 변화에 맞춰 유연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최신 기술과 교육 방식을 반영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생존전략의 근간은 학생이다. 즉, 학생이 체감하는 매력적인 대학의 교육여건이다. 학생이 자신의 인생설계를 서울에서 하지 않아도 잘살 수 있는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역 경제와 연결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와 협력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의 관심과 협력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자신만의 만만한 꿈을 키우고 자신만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부단하고 자유로운 정책개발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와 함께 변화하는 특화된 사회와 산업 환경에 맞춰 지역 기반의 특화된 교육을 통해 미래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눈부신 현대의 정보기술(IT) 사회에서 지역이 더 이상 핸디캡이 되지 않는 지역교육 특화 방안이 더욱 중요한 시기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