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북한이 지난 15일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하면서 남북경협의 상징이었던 마지막 육로가 끊긴 것이다. 지난 8월 철도 차단에 이어 이번 폭파로 남북 간 육로는 완전히 단절됐다.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사업 착공 당시의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전쟁으로 50년간 끊어진 육로를 살려놨는데 22년 만에 다시 죽은 것을 보니 애통한 심정”이라고 했다.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및 도로 복원은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논의,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 추진됐다. 이 사업은 분단과 전쟁으로 끊어진 한반도의 교통망을 다시 잇는다는 역사적 의미가 컸다. 2002년 9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이 동시에 열렸고, 이후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는 개성공단 물류와 금강산 관광객 수송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개성공단은 2003년 6월 첫 삽을 뜬 뒤 한때 북한 노동자 5만5천여명과 남측 노동자 1천명이 일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철도와 도로 연결은 중단됐다. 2008년 금강산 관광 중 남측 관광객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돼 관광사업이 전면 중단됐고, 개성공단도 201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박근혜 정부 때 가동이 중단됐다. 북한은 2020년 6월 공동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을 폭파했다.
20여년간 유지된 남북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사실상의 사망선고는 엄청난 손실이다.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진 도로 연결 공사에 우리 세금이 약 1천800억원 투입됐다. 북한이 4년 전 폭파한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도 114억원이 들어갔다.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우리 측 입주 기업의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남북경협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큰 혼선을 빚었다. 북한 정권이 취약한 체제의 내부 결속을 위해 약속을 깨고 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서다. 현재는 우발적 충돌 위험이 고조돼 있는 긴장 상태다. 철통같은 안보태세에 집중할 때다.
남북관계가 언제 개선돼 재연결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 남북이 긴장고조 상태라고 경제협력 등 교류의 문을 닫아선 안 된다.
북한 영내가 아닌 북·중·러 접경지역인 나진·하산 지역에 한반도 6자국(한·미·일·북·중·러)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평화 산업벨트’가 경협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북한 내에서 추진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H자형 남북철도 연결 등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멈춰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상황을 봐가며 중단된 남북경협을 새롭게 이어갈 돌파구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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