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우리는 왜 유행을 따르는가?

여정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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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유행들이 있었다. 두바이 초콜릿, 미국 스탠리의 텀블러, 러닝 크루, 요아정(요거트와 아이스크림 정석), 스몰 럭셔리, 추구미… 모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행 키워드들이다. 유명인의 소비 취향을 따라하는 디토 (Ditto)소비 또한 유행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따라 구매하고 여가활동을 하는 행위를 뜻한다. 무엇을 먹고, 입을지, 어떤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낼지를 결정하는 데 우리는 왜 타인의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유행을 따르고자 하는 (혹은 따르지 않고자 하는) 그 마음 이면에는 무엇이 감춰져 있을지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주제다.

 

현대사회의 소비자는 소비를 통해 상품·서비스가 주는 단순한 기능적 사용 가치를 넘어 다양한 사회적·심리적·상징적 가치를 충족시킨다. 튼튼하고 오래 쓰고 편리한 도움을 주는 상품보다는 그 상품 소비를 통해 ‘나’의 개성과 가치를 창출하고 표현함으로써 사회적 경쟁우위를 드러낼 수 있다. 혹은 ‘요새 그게 대세라며’, ‘나도 한 번 사볼까’. 다수의 사람들의 선택지를 선택함으로써 나도 대세에 동참하고 소외되지 않았다는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소비하기도 한다. SNS에서 타인의 삶을 지속적으로 전시하고, 새로운 트렌드는 빠르게 생산해 내면서 이를 따라잡고 뒤처지지 않기를 원한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자신이 트렌드에 민감하고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소비활동에 큰 동인이 된다.

 

유행을 따르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지만 유행에는 따라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적 압박이 작용하기도 한다. 유행에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FOMO(Fear of Missing Out)의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 모두가 열망하는 일에 혼자만 동참하지 않을 때 사회적 비난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특히 집단의식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개인의 지적·경제적·사회적 지위는 그가 속한 집단을 통해 평가되는 경향이 있어 준거집단의 기대에 맞춰 자신의 소비를 결정하거나 타인의 소비를 모방함으로써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소비동조 현상이 비교적 뚜렷하게 일어난다. 끊임없이 타인의 소비를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고 타인의 소비 수준에 맞춰 자신의 소비를 조정하면서 자신이 뒤처지지 않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한편 한 심리학자는 유행에 따르는 심리를 현대인이 경험하는 다양한 부정적인 심리 상태와 연결 지어 설명한다. 경제적 불황, 극심한 경쟁 환경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입증해야 하는 사회적 압박에 시달리고 SNS을 통해 빈번하게 비치는 타인의 성공적이고 행복해 보이는 삶의 모습에 불안과 열등감, 무력감을 느끼게 만들어 부정적인 정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심리가 현대인의 삶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만성화되면 미래에 대한 통제력 상실, 패배감, 우울, 불안, 자신감 하락, 성취 욕구 좌절, 수동성 증가로 이어진다. 이러한 부정적 심리들은 회복하려는 욕구로 이어져 특정을 행동을 취하기도 하고, 특정 소비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면서 유행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적인 무력감을 크게 느끼는 사람들은 소외감과 자원의 부족함을 느끼게 되며 이런 경우 지위를 상징하는 상품을 통해 좌절된 무력감을 회복시켜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원이 부족한 현실은 보상 소비를 어렵게 만들고 그 대신 립스틱, 값비싼 디저트, 오마카세, 향수 등 작은 사치품을 통해 소비만족을 시키는 것이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적절한 수준에서의 부정적인 심리 상태는 오히려 자기 성취에 긍정적인 동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사회적 지위나 권력을 드러내는 고급 제품에 대한 선호도로 이어진다.

 

유행과 합리적 소비는 상충하는 면이 존재한다. 유행은 빠르게 변화하는 속성이 있고 소비자들은 최신 트렌드를 따르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충동적이고 반복적인 소비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유행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그리고 나의 마음 상태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합리적인 방법으로 유행을 따르는 소비 방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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