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기술 달고… 창업 세계 열어라 [미리보는 베이밸리 메가시티②]

② 창업자들의 도시, 선전을 가다 

 

▲중국 선전의 한 빌딩이 조명을 환하게 켜놓고 있다. 지금도 도심 곳곳에서는 빌딩 건설이 한창이었다. 장영준기자
▲중국 선전의 한 빌딩이 조명을 환하게 켜놓고 있다. 지금도 도심 곳곳에서는 빌딩 건설이 한창이었다. 장영준기자

 

지금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건물들과 화려한 네온 사인이 도시의 밤을 화려하게 비추고 있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의 선전은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시아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동시에 IT의 메카로 각광받으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베이밸리 메가시티'를 조성해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충청남도와 경기도가 반드시 참고해야 할 도시 중 하나다. 선전이 어떻게 그토록 빠르게, 대규모로 성정할 수 있었는지 경기일보와 충청투데이가 직접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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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유동수화백

 

습도가 80%에 이르고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던 하늘이 선전에 도착한 우리를 가장 먼저 반겼다. 곧장 호텔로 이동해 짐을 풀고 숨 돌릴 틈 없이 급하게 우산을 구입해 챙겨들고 찾아간 곳은 TUSHOLDINGS(칭화대기술지주)였다. 간단한 검색대를 거쳐 가장 먼저 들어선 곳은 이 회사의 역사와 사업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관이었다. 이곳에서 선전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었고, 왜 '창업자들의 도시'로 불리는 지 알 수 있었다.

 

■ 아이디어가 실물로…'창업자들의 도시' 선전

 

▲TUSHOLDINGS(칭화대기술지주) 옥상에서 바라 본 선전(深圳) 시내 전경. 장영준기자
▲TUSHOLDINGS(칭화대기술지주) 옥상에서 바라 본 선전(深圳) 시내 전경. 장영준기자

 

TUSHOLDINGS는 칭화대학교가 설립한 대형 투자 및 기술 혁신 기업으로 1994년에 설립됐다. 이곳에선 기술 상업화, 혁신 생태계 구축, 스타트업 육성 및 기술 인큐베이팅 등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단순한 투자 기업을 넘어, 기업가 정신, 기술 혁신, 연구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글로벌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혁신적인 기업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데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의 설명처럼 창업을 위해선 기본적으로 돈(기업), 규제 완화(정부), 기술(대학)의 조화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정부를 중심으로 기업과 대학까지 이른바 '혁신 주체'로 끌어들여 본격적인 경제 활성화에 나섰다. 특히 선전을 IT 중심도시로 키우기 위해 중국은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 명문대인 칭화대, 그리고 이들을 지원할 TUSHOLDINGS가 손을 잡은 '산학연' 체제를 공고히 하며 발전을 거듭했다.

 

무엇보다 선전이 '창업자들의 도시'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이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켜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즉,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막연했던 생각들이 이곳에서는 눈 앞에 물건으로 탄생한다. 이것을 가능케하는 것이 바로 지방정부의 지원과 대학의 연구기술, 그리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창업자를 찾아내는 지주회사의 탁월한 분석력이다.

 

▲TUSHOLDINGS(칭화대기술지주) 사옥 내 전시관에 설치된 중국 광둥성 대만구 혁신네트워크 지도. 홍콩과 마카오에서 추진한 대만구 프로젝트는 대만구를 글로벌 기술혁신 허브이자 첨단산업의 전략적 요충지로 발전시켰다. 장영준기자
▲TUSHOLDINGS(칭화대기술지주) 사옥 내 전시관에 설치된 중국 광둥성 대만구 혁신네트워크 지도. 홍콩과 마카오에서 추진한 대만구 프로젝트는 대만구를 글로벌 기술혁신 허브이자 첨단산업의 전략적 요충지로 발전시켰다. 장영준기자

 

덕분에 선전은 빠르게 성정할 수 있었고, 지난 2020년에는 세계 도시 경쟁력 5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금 이곳에는 약 2천만명에 가까운 인구를 비롯해 세계적인 전기차 기업 BYD, 드론 회사 DJI, 게임 회사 텐센트, 통신장비 회사, 화웨이 등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에 이르는 유니콘 기업들이 즐비하다. 도로 위 전기차는 중국 자체 브랜드가 대부분이었고, 현지에서 만난 중국인들도 이같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탄생했다는 점을 자랑스레 여기고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한 기업 관계자는 "선전은 창업 인규베이팅이 가능한 곳으로 사실상 하나의 창업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도시가 됐다"며 "대학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금융이 든든한 뒷받침이 돼 창업을 하는 구조다. 지금은 반대로 해외에서 기업들을 성장시킨 후에 다시 국내로 불러들여 각 지방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발전 동력은…정책+금융+연구가 하나로

 

▲선전 시내에 위치한 드론 회사 DJI 직영 매장. 선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드론으로 유명한 DJI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장영준기자
▲선전 시내에 위치한 드론 회사 DJI 직영 매장. 선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드론으로 유명한 DJI의 본사가 위치해 있다. 장영준기자

 

베이밸리 메가시티 조성과 관련해 선전을 눈여겨 봐야하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인접 도시와 그물망처럼 얽혀 동시다발적인 발전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어느 특정 도시의 발전만을 위한 게 아닌 광동성 9개 도시를 포함해 홍콩, 마카오까지 새로운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 낸 셈이다. 현재 충남 북부 5곳(천안·아산·서산·당진·예산)과 경기 남부 5곳(평택·안성·화성·안산·시흥)을 메가시티로 조성하려는 우리 입장에서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소경제 등 4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초광역 메가시티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선전이 구축한 일종의 플랫폼 시스템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라도 자본과 정책적 지원이 없으면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메가시티 조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각종 헤택을 제공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는 파격적인 헤택 역시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 푸톈구에 위치한 화창베이. 세계 최고의 '짝퉁 공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과거 우리나라의 용산 전자상가를 떠올리게 하는 수많은 전자제품 매장들이 즐비해 있다. 이곳에서는 각종 전자기기를 싼 값에 구매할 수 있고, 필요하면 직접 제작까지 가능하다. 장영준기자
▲중국 광둥성 선전시 푸톈구에 위치한 화창베이. 세계 최고의 '짝퉁 공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과거 우리나라의 용산 전자상가를 떠올리게 하는 수많은 전자제품 매장들이 즐비해 있다. 이곳에서는 각종 전자기기를 싼 값에 구매할 수 있고, 필요하면 직접 제작까지 가능하다. 장영준기자

 

우리의 고민을 들은 중국 기업 관계자는 "기술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러한 기술력이 사업으로 연결돼 하나의 비즈니스로서 수익으로까지 연결되기 위해선 정부 정책과 금융, 그리고 학술적인 지원이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야 한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벤처기업들을 발굴해 지원하고 기금 운용이 가능한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이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지원을 할 것인지도 충분히 토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기일보 장영준·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관련기사 : 경기-충남, 세계 경제 심장 두드린다 [미리보는 베이밸리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1016580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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