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마치고 집에 갔는데 천장이 추사의 작품으로 보이더니 박물관 개관 한 달 전에는 꿈에서 ‘도상향동’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왔습니다. 풀이하면 ‘들끓는 파도의 현실에서도 진리를 향하라’는 뜻입니다.”
과천시 추사박물관에서 만난 허홍범 학예사(58)에게서 추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 그리고 박물관 학예사로서의 사명감을 엿볼 수 있었다.
허 학예사는 인터뷰 초반부터 추사에 대한 깊은 경의를 드러냈다. 그는 “추사는 조선 후기 최고의 서예가이자 문인으로 그의 작품은 예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역사적, 철학적 의미를 지닌다”며 “그의 글씨와 문장은 미적 감각을 넘어선, 당대의 정치적·문화적 흐름을 반영한 지성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허 학예사는 추사의 작품을 연구할수록 그의 천재적인 면모와 인간적인 고뇌가 담긴 글씨에 더욱 매료됐다고 전했다.
추사는 서예뿐만 아니라 금석학, 문학, 학문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인물로 그가 남긴 다양한 유물은 현재 과천시 추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허 학예사는 이러한 유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 기획을 맡고 있다. 특히 그는 추사의 예술세계를 단순히 ‘감상’의 차원을 넘어선 ‘체험’으로 확장시키기 위한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허 학예사는 “추사의 작품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그의 사상과 삶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추사의 깊이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교육프로그램과 특별전시를 소개했다.
허 학예사는 추사가 서예계에 남긴 업적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추사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그가 겪었던 개인적 경험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많은 학자와 협력해 지속적으로 자료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박물관 학예사로서 대중과 소통하는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추사의 작품은 전문가들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대중이 이를 보고, 느끼고,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도 추사박물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구를 통해 추사의 예술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그와 같은 대가들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조명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허 학예사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과천시 추사박물관은 옛 유물을 보존하는 공간을 넘어 추사의 사상과 예술을 대중과 함께 나누는 살아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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