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이어 기적 이룬 박연순 평택외국인노동자힐링센터장

박연순 평택외국인노동자힐링센터장. 안노연기자
박연순 평택외국인노동자힐링센터장. 안노연기자

 

“누나, 갈 곳이 없어요. 어떡하죠?”

 

유난히 더웠던 2015년 여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평택외국인복지센터에서 근무하며 알게 된 네팔 출신 근로자였다. 천안에서 근무하던 네팔 출신 근로자 9명이 회사가 망하면서 한순간에 오갈 데 없는 신세로 전락해버렸다고 했다. 7년여간 평택외국인복지센터에서 일하며 쉼터와 외국인 근로자를 연결한 경험이 있었지만, 당시 9명이나 되는 인원을 한 번에 받아줄 여력이 있는 곳은 없었다.

 

고민 끝에 남편과 상의해 노후를 보내려고 구매한 집을 내어주면서 그 해 7월 네팔 출신 근로자를 위한 ‘평택외국인노동자 힐링센터’(이하 센터)가 문을 열었다.

 

본래 센터는 센터장 박연순 씨(64)와 남편이자 센터 대표인 황창용 씨(67)가 노후에 시골에서 자급하며 살고자 마련한 보금자리였다. 부부는 그간 모은 돈과 퇴직금으로 2014년 계약을 마치고 이듬해 봄부터 집 마당에 자란 풀을 뽑고, 집을 청소하며 살 준비를 해오다 도움을 청하는 전화에 쉼터로 선뜻 내놓은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아내의 제안에 남편은 반대하지 않았다. 박 센터장은 “우리는 아직 시내에 집이 있지만 근로자들은 시급한 상황이었기에 당분간 여기에서 지내며 구직하라고 이야기했다”며 “남편도 적극적으로 밀어주면서 쉼터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운영은 부부가 자비로 부담해왔다. 별도로 홍보하지도 않았고, 후원받지도 않았다. 그간 모은 급여와 퇴직금은 센터를 만드는 데 쓴 까닭에 박 센터장은 정신재활시설 공동가정에서 다시 일을 시작해야 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힘든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저도 남편도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아 어렵게 결혼했다”며 “크게 소비하지도 않고 살았기에 아끼면 함께 사는 것은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오병이어 기적 이룬 박연순 평택외국인노동자힐링센터장
박연순 평택외국인노동자힐링센터장(가운데)은 남편과 함께 국내에 정착하는 네팔인들을 돕고 있다. 안노연기자

 

다행히 부부의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 지역 봉사단체에서 매달 쌀을 보내주거나, 소식을 들은 남편의 친구들이 부식을 전해줬다. 또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사람도 많았다.

 

그는 “기독교인으로서 오병이어의 기적에 감사하며 산다”며 “다른 곳에서 기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작지만 센터 안에서도 이용자를 잘 먹일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국내에 정착하는 네팔인이 늘면서 센터도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국내 네팔인 공동체가 센터를 관리에 참여하면서 이용자에게 적게나마 이용료를 받기로 했고, 올 4월부터는 가스와 상하수도 요금 등을 이용자들이 내기 시작했다.

 

그는 “올 2월 7년 동안 근무하던 시설을 퇴사하며 운영을 걱정했지만 올해부터 센터가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는 네팔인 스스로 센터를 운영해 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현재 센터에는 네팔인 15명이 머물고 있다. 다른 곳에서 머무는 것보다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지만 네팔인끼리 머물 수 있어 한국에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국내 네팔인에게 센터에서 모두 즐겁고 재밌게 살고 있다고 소문이 났다고 이용자 모두 입을 모았다.

 

센터에서 만난 비슈누 파하디씨(35)와 유바라즈 반다리씨(26)는 “다른 쉼터엔 여러 나라 사람이 살고 있어 말도 안 통하고 문화가 달라 요리도, 식사도 모든 것을 따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며 “고용노동부에 갈 때도 네팔인끼리 함께 가니 편하고 힘이 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센터장은 “네팔사람들이 건강하게 생활하다가 귀국해서도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고, 센터를 거친 사람들이 귀국 후에 서로 만나 고국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며 “네팔사람들은 똑똑하고 리더십도 있다. 네팔이 잘된다면 다른 나라에게 가지 않고도 네팔에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