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빈 경기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장
지난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 참가한 198개 당사국들은 기후재난의 최소화를 위해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 억제를 목표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확충하고 에너지 효율을 2배로 증대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이를 회피하고 싶은지 아직도 ‘시곗바늘을 디지털로 할까, 아날로그로 할까’ 등 소모적인 논쟁을 주도하면서 그나마 남은 탄소 예산을 개인의 일탈처럼 소진하고 있다.
이미 일어난 과거와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절박한 선택의 기로에서 그 원인에 대한 진단이 과학적으로 분명하고 해결 방안도 이미 기술적으로 일반화된 방법으로 충분하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또 전환의 시점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부담도 현 세대보다 미래 세대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사실도 이미 경험하고 있다. 낡은 것과 얽힌 고리를 끊기 어려운 이유는 그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일 것이라는 것 외에는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국민의 시곗바늘과 정부와 국회의 시곗바늘이 같아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2022년 국회 ‘국민동의청원’으로 모아진 ‘탈석탄법’ 제정을 원하는 시민의 바람은 21대 국회의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하물며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한 ‘탄소중립’이라는 용어마저 우리에게 인식되기도 전에 마치 연기처럼 아무런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 무엇보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인데 선출된 공복이 오히려 지배하려는 모양새인지 최근에는 이마저 언급되는 것조차 꺼린다. 22대 국회는 ‘정의로운 탈석탄법’으로 거듭나야 한다.
초기 화석연료 문명을 개척했던 유럽연합의 변신은 놀라운 정도다. 의회에서 지난해 재생에너지 목표를 2030년까지 기존 32%에서 42.5%로 상향시켰고 45%까지 확대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세부적인 실행계획까지 법제화하는 것으로 전환의 시대에 부응하는 그들의 의지와 철학을 담았다.
하지만 우리는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가 법제화돼 있음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혀 그런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 온갖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짜집기하고 갖은 미사여구를 동원해 과학적으로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신규 사업을 제시하기 바쁘다. 마치 거꾸로 가는 기후에너지 정책생산소처럼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재생에너지를 생산·이용하는 누구에게나 나침반이 되도록 법제화가 우선이다.
특히 이달부터 2016년부터 시행되던 ‘1㎿ 이하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계통접속보장제도’가 폐지됐다. 지난 9월부터는 광주광역시, 전남·북, 강원도에서는 2032년까지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허가가 불가능하게 됐다. 정부와 한전은 전력계통 안정성 확보를 방기하고 그 부담을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위기시대 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이용은 시민의 기본권이다. 정부와 국회는 ‘재생에너지 계통연계 의무화’로 화답해야 한다.
곧 정부와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 심의가 이뤄진다. 정부의 정책 브리핑을 통해 홍보된 예산안 핵심 사업을 살펴보니 한숨부터 나온다. 기후재난으로 우리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우리의 권리는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 디지털로 돌아가는 국회 기후시계탑의 시곗바늘을 아날로그로 바꿔야 할까.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차이가 아니라 작동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