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오디세이] 그 자리의 자신

법장스님 해인사 승가대학 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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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올해도 11월에 접어들며 연말에 다가서고 있다. 올해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 여러 일이 벌어졌고 현재진행형인 경우도 상당하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해마다 듣는 뉴스이지만 경제와 물가, 취업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 속에서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은 사람들이 점차 현실을 떠난 곳에서 일상을 찾고 경제활동을 하려는 모습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요새는 정말 누구나 주식과 코인 등의 투자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상당수가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좋은 투자처라며 흥분돼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쪽에서는 떨어졌네, 잃었네 하며 속상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그들이 기대하는 것과 같은 밝은 투자는 거의 없는 듯하다.

 

이러한 모습이 일반화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현실에서의 모습과 전망에 큰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 의해서다. 매일같이 어두운 소식의 뉴스가 나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자신을 뺀 모든 사람이 부유하게 사는 듯한 괴리감을 준다.

 

‘오징어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저마다의 이유로 삶을 포기했던 사람들이 잔혹한 게임을 하며 일확천금해 다시 살아가려는 희망을 갖는 내용의 드라마다.

 

주인공 기훈(이정재)이 그 게임장에서 쌍문동에서 가장 똑똑한 상우(박해수)를 만나 이런 곳에 올 사람이 아니라며 놀라는 장면이 있다. 이때 상우는 ‘선물’에 투자했다가 부도가 났다고 하지만 기훈은 선물이 진짜 ‘선물’인 줄 아는 웃기며 슬픈 내용이 있다.

 

어느덧 오징어게임이 나온 지 3년이나 지났으나 상우를 통해 전하고자 한 모습은 어느새 잊혀지고 오히려 더 많은 ‘상우’가 생겨 나고 있는 듯한 지금이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라도 지금 자신이 있는 그곳에서 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그 하루 동안 그곳에서 많은 사람과 여러 인연을 쌓고, 그 인연 속에서 다시금 내일을 준비하며 하루를 마친다.

 

이러한 삶 속에서 ‘그곳’이라는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설령 현실이 힘들고 많은 것에 의해 어려움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는 그 자리의 자신으로 살아야만 한다. 그래서 상우도 현실을 떠난 큰 꿈을 꿨으나 돌아온 곳은 지독하게 현실을 직시한 그 자리였다.

 

‘땅에 넘어진 자, 그 땅을 짚고 일어나라’는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가르침이 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땅에 서서 살아간다. 그 땅은 자신의 지금이고 나아갈 토대다. 누구라도 지금보다 나은 자신을 바란다.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지금 그 자리의 자신을 명확하게 바라보고, 그 자신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움츠러드는 추운 계절이지만 웅크린 가슴을 펴고 문 밖의 공기를 한 아름 마시며 오늘 그 자리의 자신으로 이 하루의 한 걸음을 내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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