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왕산초, 맞춤형 다문화 통합교육 등 학습 만족도 UP [꿈꾸는 경기교육]

학년별 ‘탐구단원’ 운영… 다양한 주제 탐구
방과후 프로그램 연계 텃밭 가꾸기 체험도

2024 IB 교육 현장을 가다 IB 교육 현장③ 연천 왕산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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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왕산초등학교 제공

 

1963년 설립된 연천 왕산초등학교는 전교 6학급 전교생 35명 규모의 작은 농어촌 학교로 2022년 11월 관심학교로 출발, 2023년 11월 후보학교로 지정돼 IB교육과정을 실행하고 있다. 올해는 학년별 3~4개의 탐구단원(UOI)을 운영하며, 개념기반 탐구교육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실생활과 밀접한 주제 및 개념에 대해 탐구 질문을 만들고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이 외에도 왕산초는 ‘질문하는 학교’ 선도학교, 하이러닝 선도학교로도 지정·운영되고 탐구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과정, 질문이 살아있는 문화, 디지털 기반 교육 활동 등을 진행하며 다채로운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또 주변 환경을 활용한 생태 교육과 학생들의 사고력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독서 교육도 꾸준히 전개했다. 학생들은 학교 텃밭에서 감자나 옥수수, 당근 등의 작물을 심고 수확하기도 한다. 또 연극·탈춤 등 교과 연계 프로그램이나 사물놀이, 현악 등 방과후 연계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예술적으로도 역량을 펼쳐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학교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 어린이날·성탄절 등에 학생들에게 선물을 증정하거나 학부모총회·공개수업 등과 방과후 공개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과정을 직접 참관한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다문화 학생을 위한 지원도 이뤄진다. 왕산초에는 다문화 배경의 학생들이 많은데, 그중 외국에서 살았던 기간이 더 길어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다. 이들은 동시통역이 가능한 한국어 강사들과 함께 다문화특별학급, 통합학급에서 수업을 받고 있으며 원활한 교육을 위해 학교는 추가적인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인터뷰 줌-in 

자기 주도적 역량 ‘쑥쑥’...IB 교육 자신감 ‘뿜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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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왕산초등학교 오단비 교사

 

“학생들이 초기엔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럽고 어색했는데, IB 교육 이후 자신감이 붙어 틀려도 걱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연천 왕산초 IB 코디네이터 오단비 교사는 IB 교육을 본격적으로 실행한지 1년이 안 됐지만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실감한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무엇을 찾아야 할지, 뭘 검색할지 몰라 어려워했지만 이젠 어떻게 수집하고 정리하고 해석해야 하는지 과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데 익숙해지고, 그 과정에서 IB 용어들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한다.

 

왕산초는 IB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학생의 흥미와 수준에 맞는 탐구 중심, 체험 중심의 교육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IB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주도성과 자아효능감, 리더십, 글로벌 역량 등을 기르기 위해 적합한 교육과정이라고 판단, 소규모 학교의 장점을 살려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행해 가고 있다. 

 

오 교사는 “학년별 탐구단원(UOI)을 통해 여러 교과가 통합된 주제 중심의 탐구 수업이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삶과 연결된 질문들을 가지고 책·뉴스·만들기·체험활동 등의 탐구 자료를 탐색하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간다”며 “질문의 계단, 학년별 질문게시판 등을 통해 고민이나 질문을 공유하고 답해 주면서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칠판, 스탠바이미, 개별 크롬북과 태블릿PC, VR기기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구비돼 있어 학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하며 자신의 역량을 펼쳐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교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어떻게 하면 탐구를 재미있게 느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의미 있는 질문과 생각을 끌어낼 수 있을지 등의 고민을 거듭했다.

 

오 교사는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해결하지 못한 고민도 있지만, 탐구 단원을 거듭할수록 학생들은 맥락적 이해를 더 잘하게 되고, 그 안에서 의미있는 질문과 생각을 끌어낸다”고 했다. 인터넷 조사를 할 때도 어떤 검색어를 사용해야 할지, 어떤 자료를 찾아야 할지 좀 더 명확히 알고 있고 자신의 탐구와 생각에 도움이 되는 질 높은 자료를 찾아낸다고 말을 이어갔다. 학부모들도 학생들이 학습한 자료를 가정에 보내거나 공개수업을 통해 수업 장면을 공유할 때 ‘우리 아이가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다’며 놀라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민주주의, 공정무역, 기아 종식 등 실생활과 밀접하지만 어렵게 느껴지는 개념에 대해 학생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얘기하는 모습을 보며 자녀가 성장하고 있음에 뿌듯함을 느끼시는 것 같다”며 “마냥 어린아이인 줄 알았는데 이런 생각을 갖고 있고, 자기 생각을 이렇게 정리해서 말하고 쓸 수 있다는 게 놀랍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IB 교육과정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해로 학년별 3~4개의 탐구 단원을 운영하며 교사 역량을 키우고 학생들이 IB 교육과정과 공용어에 익숙해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6개의 탐구 단원을 운영하며 내실을 다질 계획인데, 현재 왕산초만의 교육의 장점을 살려 ‘꿈·사랑·평화가 자라는 행복한 학교’ 라는 비전에 맞는 교육이 잘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학부모, 교직원이 모두 학생의 교육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성장과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구와 생각 나누고 말하는 과정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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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연천 왕산초등학교 노우진군, 변수연군

 

“첫째는 과제를 시간에 맞춰 끝내는 게 가능해졌고, 둘째는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구분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됐고,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의논하면서 결정하는 능력이 좀 더 상승된 것 같습니다.”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수줍게 앉아 있던 6학년 노우진군(13)은 IB 교육 과정 이후 자신의 달라진 점을 이렇게 정리했다.

 

노군은 민주주의의 역사와 경제 관련 단원을 가장 흥미롭게 탐구했다고 답했다. 특히 “민주주의 역사를 배우면서 민주주의가 어디서부터 시작했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 수 있어 무척 좋았다”며 “옷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경제가 어떻게 되는지 종이를 붙여 가면 경제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면서 탐구를 했다”고 소개했다.

 

노군은 초등학교에서 IB 교육과정에 대해 공부한 것에 만족스러움을 표시했고, 중학교 진학 후에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4학년 변수연군(11)도 경제를 배우면서 새로운 용어를 접했는데, 그 용어를 종이로 붙여 가며 새롭게 알아가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어 “IB 교육은 학생이 얼마나 아느냐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내는 능력이 조금 발달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변군은 “배운 지식을 집에서 설명하기도 하는데, 경제 용어를 설명할 때면 엄마가 엄청 대견스럽게 생각하신다”며 “부모님께서 많이 응원하고 모르는 용어에 대해서는 서로 대화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때로는 친구들과 같이 생각하고 서로 말하는 과정이 즐거워서 그런 탐구단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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