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법 개정안, 기업인 호소 외면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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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 김창범 상근부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경제환경이 급속히 변화되는 과정에서 한국 경제환경도 악화일로에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를 비롯한 여야 정치권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마련해도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국회는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재계는 지난 21일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담은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함께 삼성, SK, 현대차, LG 등 16대 그룹 사장단은 더불어민주당이 19일 당론으로 확정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소송 남발과 투기 자본 공격으로 기업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상법 개정 등 규제 입법보다 경제 살리기 법안에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국내 대표 기업 사장단이 모여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그리스의 채무 불이행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경기가 부진하던 2015년 7월 이후 9년 만이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및 공평 대우의 의무가 추가됐으며, 집중투표제의 의무화가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기업이 대주주 이익을 위해 쪼개기 상장이나 비합리적 유상증자를 강행해 기업가치를 하락시키는 등 주주 권익을 등한시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이런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 시장에 비해 유독 낮게 평가되고 있는 이유도 기업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 운영의 투명성은 기업 가치 평가에 있어 핵심 지표다.

 

기업 경쟁력 강화와 투자자 보호는 상법 개정안에서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이지 결코 제로섬 게임의 관계는 아니다. 특히 기업의 사업 재편 과정 등에서 소액주주의 피해를 막아야 하지만, 기업 경쟁력 훼손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재계의 성명서 발표 이후 “방법에 이론이 있을 뿐 얼마든지 타협해 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했다.

 

상법 개정안 토론회가 국회 심의를 위한 형식적인 통과의례가 아닌 기업인과 투자자의 허심탄회한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돼 상호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안 심의에 있어 경제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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