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늘어나는 청소년 우울증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이연섭 논설위원

사춘기(思春期)는 어린아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시기다. 이 기간 신체적 변화와 함께 심리적·정서적으로도 큰 변화를 겪는다. 사춘기 청소년들은 보통 기분이 쉽게 변하고, 작은 일에도 크게 반응한다. 기쁨과 슬픔이 극단적으로 교차하거나, 혼란스럽고 불안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청소년기의 격정적인 감정 기복을 그냥 ‘사춘기’라고 치부해선 안 된다. 항상 밝았던 아이들이 감정 조절을 못하고 힘들어하면 ‘청소년 우울증’을 의심해 보는 게 좋다. 입시 스트레스, 학교폭력, 스마트폰 중독, 디지털 성범죄, 온라인 도박, 사회성 결여 등 우울증에 걸릴 만한 요소들이 많다.

 

최근 10대 청소년의 우울증과 불안장애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10대 우울증·불안장애 환자 수는 약 56.4% 증가했다. 특히 수능이 있는 11월에 환자 수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극단적인 입시 경쟁과 성적 스트레스가 심리적 압박과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청소년 10명 중 3명은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의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4명은 평상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답하는 등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10년간 중고등학생들의 정신건강 지표가 악화하고 있어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4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2주간의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낀다고 답한 스트레스 인지율은 42.3%로 지난해보다 5%포인트 증가했다. 2010년(43.8%) 이후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14년 만에 최고치다. 전년 대비 증가폭으로는 20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학업, 진로 등 사회적 경쟁 압박에 시달리다보니 정신건강 지표가 악화된다는 분석이다. 한창 사회 활동을 할 시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년간이나 사회와 단절된 영향도 있다. 청소년이 건강해야 우리 사회의 미래가 밝다. 단기적 상담 치료를 넘어 근본적인 스트레스 요인인 치열한 입시 경쟁과 사회적 압박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