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최악’... 황근순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 “‘위기’를 ‘기회’로 타파” [인터뷰]

황근순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

산업의 중심이자 대한민국 기간산업인 건설업은 최근 고물가 장기화 등으로 지역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근간(根幹)이 위태로운 가운데 경기도의 건설산업을 이끌고 있는

황근순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은 24시간, 365일 건설업에 대해 고민한다. 경기 한파에 맥을 추지 못하는 경기도 건설경기. 그 안에서 한 회사의 대표이자 2천117개의 도내 회원사를 이끄는 황 회장은 침체된 경기도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취임해 ‘일치단결(一致團結)’을 외치고 그 마음가짐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황 회장을 만나 지난 1년여의 경기도 건설업계 흐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3년을 그려봤다.

 

황근순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 홍기웅기자
황근순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 홍기웅기자

 

Q. 경기지역 건설 경기의 최근 흐름은 어떤가.

A. 최근 경기지역 건설 경기는 ‘최악’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지수는 증가했으나 정작 공사비 증가로 이어지지 못해 공사 수익성이 상당히 저조하다. 아울러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책임준공확약 등 불공정 행위로 절대적인 물량도 부족한 상황이다. 민간 물량이 부족할 경우 공공물량으로 보완돼야 하지만 이 역시 역부족으로 사업을 영위하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협회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공공사 발주 건수는 지난해 대비 11.5% 감소했으며 22년 대비 3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기 침체, 고금리,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 PF 유동성 위기 등으로 경영 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해 문을 닫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24곳 ▲2021년 12곳 ▲2022년 14곳 ▲2023년 21곳이 폐업 신고를 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집계된 부도 처리된 건설사는 26곳으로 이 중 10곳이 종합건설사다. 2019년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업종에 마비가 왔고 2020년 그 결과가 여실히 드러났다. 2021~2022년 건설업계 회복을 위해 건설업 종사자들이 무진 애를 써 회복을 꿈꿨으나 이내 20곳 이상이 폐업 신고를 하는 등 건설 경기가 오랜 기간 회복하지 못하고 침체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는 폐업 신고 수가 최근 5년 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극심한 건설 경기 한파로 신규등록 업체는 줄었다. 종합건설사 기준 신규 등록 건설사는 지난해 1~10월 923곳에서 올해 375곳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Q. 경기지역 건설업계가 직면한 과제는.

A. 이처럼 전국 건설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가장 많은 건설사가 위치한 경기지역의 건설업계는 더 많은 시련을 감수하고 있다.

 

수도권에 포진해 있는 건설사끼리 상호 발전을 위한 경쟁이 이뤄져야 하는데 업체 수에 비해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많은 건설업체가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등 최근 정부는 내수가 회복세에 진입했다는 발표를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건설업계가 체감할 수준까지 올라오진 않았다. 또 지난달 기준금리가 0.5%포인트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우리 업계가 사회간접자본(SOC) 물량 증대를 꾸준히 촉구했지만 내년도 SOC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1조원가량 적게 책정돼 시장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실물경기가 회복돼야 한다. 아울러 SOC 시설에 대한 정부와 경기도의 공격적인 물량 확대가 필요하다.

 

경기도 건설업체가 직면한 과제를 파악하기 위해선 우선 경기도의 지역적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서울을 비롯해 타 시·도로의 통근·통학자가 많다. 이러한 특징으로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지자체는 ‘베드타운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동량이 많은 특징을 확대했을 때 경기도는 광역 및 지역 내 교통 인프라 확충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의 신속한 추진과 광교부터 호매실을 잇는 신분당선 구간 조기 착공 등 새로운 광역교통망 구축에 대한 고민 역시 필요하다. 또 경기도는 수도권 개발 제한, 환경규제, 군사시설 분포 등으로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지역별로 부족한 인프라에 대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며 도로 보급률, 지하철 접근성 등이 열악한 지역을 우선으로 교통망을 구축하고 문화 및 관광 체육시설이 부족한 지역은 과감하게 생활 SOC 투자를 확대, 지역 불균형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신규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국민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 노후한 지역 내 인프라 시설도 실태 점검을 진행하여 보수·보강 및 교체 등을 위한 예산 확보도 필요하다.

 

Q. 지난 1년여 동안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장으로서의 소회는.

A. 취임 후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한 발주제도의 정상화에 중점을 두고 여러 사업을 추진, 도내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할 수 있는 ‘발주제도 정상화’의 개선 가능성은 녹록지 않았다. 제도 개선을 위해선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와 현실을 반영한 자료가 기반이 돼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부족함을 느꼈다.

 

그럼에도 2021년부터 지속된 100억원 미만 소규모 공공공사에 대한 일반관리비 및 이윤 삭감을 통한 표준시장단가적용 정책의 폐기는 경기도의 배려와 경기지역 건설인들의 노력으로 이뤄낼 수 있었다.

 

또 협회 소속사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꾸준히 소통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는 회원사들이 변화하는 건설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매월 둘째 주 금요일 ‘경기 건설 비전 연구 스터디’를 지속적으로 실시,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등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게끔 적극적인 지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회원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각종 토론의 장과 함께 다양한 교육을 지원해 부족한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Q. 올 한 해가 마무리되고 있는데 중점 과제는 어떤 게 있었는지.

A. 협회는 건설산업과 관련한 현안과 중점과제 10개를 선정해 분과위원회를 만들어 과제를 차근차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중소형 공사 수익성 확보 대책 마련과 표준품셈 개선을 통한 공사비 현실화 부분에 집중했다. 중소형공사 수익성 확보 대책은 지역 중소 건설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순공사비 98% 미만 투찰자에 대한 낙찰 배제’ 적용 대상 공사를 현행 100억원 미만에서 3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부분과 적격심사 낙찰 하한율의 적정한 상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표준품셈 개선을 통한 공사비 현실화는 표준품셈이 현장 제반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고 임의 삭감, 항목 누락 등에 대한 제도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난 3월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등 경기도지역건설업 유관기관과 경기도가 ‘건설공사 임금체불 없는 경기도’ 조성에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제공
지난 3월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등 경기도지역건설업 유관기관과 경기도가 ‘건설공사 임금체불 없는 경기도’ 조성에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제공

 

Q. 내년도 중점 과제는.

A. 2025년에는 무엇보다 소규모 공공공사의 수익성 확보가 최우선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한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합동 공공공사 공사비 현실화 연구용역이 현재 진행 중이며 업계 현실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연구 결과에 집중할 계획이다. 해당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입찰·낙찰제도 개정을 통해 공공공사의 낙찰률을 상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울러 표준품셈 개선과 관련한 연구용역도 진행되고 있다. 공사비 현실화를 위한 표준품셈 전반에 대한 개선과 현재 관 주도로 운영되고 있는 표준품셈 관리기관(현 건설 기술연구원)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설계 단계에서의 임의적인 공사비 삭감, 소규모 공공공사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관급자재 문제 등을 해결할 것이다.

 

Q. 정부기관 등에 전하는 건설업계의 목소리가 궁금하다.

A. 건설산업을 영위하는 업체의 97%는 영세 중소 건설사업자다. 따라서 지역 건설업계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중소 건설사업자 육성과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

 

물량 측면의 안정적 일감 확보 및 창출과 질적 측면의 적정 공사비 지급 및 지역 건설산업 육성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제값을 주고 건설할 수 있는 법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장기계속공사의 간접비 문제처럼 정부 기관이 ‘제값을 주지 않으려는 관행’은 건설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올해 50억원 미만 소규모 현장에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각종 안전 관리 규제는 늘었으나 이에 대한 관리 비용이 공사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현장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처벌 위주의 중대재해처벌법이 보완 입법을 통해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법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외에도 급변하는 건설 환경을 반영한 ‘건설산업 육성’ 고민이 필요하다. 일례로 새로운 스마트 건설기술을 통해 디지털 기술과 융합, 건설산업의 생산성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건설 환경 조성을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건설산업이 균등한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Q. 끝으로 회원사에게 전할 말은.

A. 우리 협회는 70여년의 긴 시간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질적, 양적 측면에서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회원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다.

 

특히 회원과 소통하는 협회를 만들기 위해 지역 시·군협의회 활성화로 상생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신사업 창출을 위한 각종 토론의 장과 교육을 적극 시행할 것이다.

 

협회의 최우선 존립 목적은 회원사의 권익 증진에 있다. 이에 무엇보다 회원을 위한 협회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회원 한 사람 한 사람과 소통하는 협회이자 회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회원들에게 열린 협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회원들이 관심과 애정, 동참을 아끼지 않았을 때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가 그간 축적된 역량을 기반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회원사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는 협회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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