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섭 논설위원
그녀는 올해 세 번째 스무살 생일이 지났다. 곧 정년(停年) 퇴직을 한다. 36년6개월을 한 회사에 다녔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었는데, 그곳에서 은퇴를 한다.
어떻게 한 회사를 그리 오래 다녔을까 스스로 신기하다. 근무 조건이 좋다거나, 월급을 많이 주는 곳이 아닌데도 말이다. 무던했던 걸까. 그 일이 적성에 맞아서였을까. 두 가지가 함축된 것 같다.
정년을 앞두고 감회가 새롭다. 인생의 젊은 날들인 20, 30대를 거기서 보냈다. 시간은 흘러흘러 갔고, 인연의 끝이 왔다. 어디나 그렇지만 희로애락이 있었다. 잘 견디고 버텨냈다. 스스로에게 애썼다고 토닥인다. 직장생활 동안 얻은 여러 경험은 소중하고 감사하다.
많은 이들이 은퇴 이후를 걱정한다. 수십년간 직장에 다니던 사람들은 뭔가 모를 공허함과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다. 중독된 듯 일만 했으니 쉴 줄도 놀 줄도 몰라서다. 드디어 자유다. 이젠 돈에 묶인 노동보다 스스로의 삶에 집중하며 살자 생각하면서도 싱숭생숭하다.
회사 다닐때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에 지치거나 지겨워 ‘쉬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런데 은퇴하고 계속 쉰다 하니 잘 지낼 수 있을까를 염려한다. 꼭 돈이 필요하거나 일(직장)이 필요한 게 아닌데도 그렇다. 인생은 습관화된 존재여서, ‘관성’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는 마주쳐야 하는 게 은퇴다. 시간 차이만 있을 뿐, 누구에게나 직장을 떠나야 하는 때가 온다. 은퇴를 서글퍼하거나 은퇴 이후 위축될 이유가 없다. 그동안 일하느라 아등바등 살았으니, 이제 당당하게 여유 있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꾸려 나갈 필요가 있다.
직장생활에선 위에서 시키는 것들을 해내야 하거나 회사 이익을 위해 달려 왔다면, 은퇴 후의 삶은 자기 주도적으로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이제 일만 하며 지낸 시간을 넘어,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퇴직 후 제2의 삶은 ‘일하는 인간’에서 ‘놀이하는 인간’으로 지내는 게 좋다. 은퇴는 자신의 삶을 탐구하고 즐길 수 있는 풍요로운 시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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