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공공 기관의 공모 절차를 이렇게 진행하나. 상식에도 반할 뿐더러 위법 소지까지 다분하다. 경기도교육청의 과학고 공개 선정 절차 얘기다. 당초 공고에서 1단계 예비 지정 발표는 오는 30일이었다. 이 결정을 닷새 앞둔 26일 관련 일정이 연기됐다. 서류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의 요구를 반영했다고 한다. 세밀한 심사를 위한 변경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서류 심사에는 심층 질의도 새로 추가됐다. 25일 각 교육지원청에 변경 내용이 통보됐다.
임태희 교육감의 역점 사업이다. 교육감선거 때 핵심 공약이었다. 경기도에 대한 역차별 해소 차원이다. 시•군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교육청이 지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교육과 관련된 정책은 언제나 수요와 관심이 많다. 특히 과학고 유치는 많은 시장·군수들의 공약이다. 예상대로 반응은 뜨거웠다. 12개 시•군이 신청했다. 고양·광명·구리·김포·시흥·이천·용인·평택·화성시 등이 신설 방식, 부천(부천고)·성남(분당중앙고)·안산시(성포고)는 전환 방식이다.
선정 절차가 확정된 건 오래전이다. 1단계 예비 지정, 2단계 특목고 지정, 3단계 교육부 요청 순이다. 1단계 심사 방식이 ‘서류 심사’다. 이 첫 번째 절차가 연기되고 변경된 것이다. 서류만으로는 세부 평가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게 중대한 공모 내용의 변화를 정당화 하는 근거가 될까. 응모자라면 서류 내용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 그 내용의 차이가 곧 경쟁의 본질이다. 세밀하지 못한 시•군은 떨어뜨리면 된다. 그런데 전체 시•군을 다 되물렸다.
정해진 공모 절차를 통한 해결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교육청이 행해 오는 숱한 입찰·공모가 있다. 적격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는 왕왕 있다. 이때 준용되는 일반화된 방식이 있다. 일정 배수 이상의 예비 선정자를 뽑는다. 다음 단계에서 심층 심사한다. 여기서 부적격자를 걸러내면 된다. 다행히 이번 공모에는 2단계 심사도 있다. 그런데 교육청은 서류 심사라는 공모 약속을 깼다. 공모 때는 없던 심층 심사까지 끼워 넣었다. 이렇게 막 바꿔도 되는건가.
제일 어이없는 건 이거다. 살폈듯이 시•군의 사정은 절박하다. 시장·군수, 국회의원들의 공약이다. 탈락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예상된다. 당연히 탈락의 변을 찾지 않겠나. 절차 임의 변경의 위법성은 더없는 트집거리다. 이런 이유로 거쳤어야 할 절차가 법리 검토다. 26일 기자들이 ‘법리 검토를 거쳤느냐’고 물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안 했다. 최대한 서둘러 하겠다’고 했다. ‘위법’으로 결론 나면 어쩔 셈인가. 토목 입찰이었다면 벌써 난리 났을 일이다.
임태희표 과학고 선정이 시작부터 신뢰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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