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연 문화체육부장
‘뜸북 뜸북 뜸북새/논에서 울고/뻐꾹 뻐꾹 뻐꾹새/숲에서 울 제/우리 오빠 말 타고/서울 가시며/비단구두 사가지고/오신다더니.’
한국에서 동요 ‘오빠 생각’을 한 번도 듣지 못한 이는 없을 듯 싶다. 서정성과 소리말이 살아 있어 그 자체로 아름답다. 동요의 주인공은 최순애(1914~1998). 수원 북수리에 살던 열두 살 소녀 최순애는 1925년 오빠를 간절히 기다리던 마음을 동시 오빠 생각에 실어 어린이 잡지 ‘어린이’에 투고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 화성 성벽을 따라 산길로 올라가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뜸부기 울음소리를 듣다 오빠를 그리워했다 한다. 여기에 청년 작곡가 박태준이 곡을 붙였고 이내 국민 애창곡이 됐다.
오빠 생각이 내년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수원문화도시포럼은 오빠 생각이 어린이 잡지에 실린 지 100년이 되는 내년 5월 ‘오빠 생각 노래비’ 제막을 목표로 건립을 추진 중이다. 수원과 최순애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발굴될지도 기대된다. 실제 오빠 생각에는 방정환과 최순애의 남편이자 ‘고향의 봄’ 작사가인 아동문학가 이원수, 최순애가 그리워하던 오빠 최영주 등 다양한 인물이 연관됐다. 동요문화를 일으켜 어린이들에게 트로트 대신 동요를 돌려주자는 취지도 있다.
지난달엔 그림책도 출간됐다. 박상재 아동문학가와 김현정 그림작가는 동요 오빠 생각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를 모티브로 한 동화책을 펴냈다. 주인공은 비단구두를 사가지고 돌아오겠다는 오빠를 한없이 기다리는 순이와 단짝 홍이. 수원 화성과 광교산을 배경으로 한 두 소녀의 여정은 그림과 함께 아름답게 펼쳐진다.
잊혔던 역사가, 지역의 인물이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될 때 지역의 정체성은 더욱 뚜렷해지고 이야기는 풍성해진다. 지역의 힘도 여기서 나온다. 노래비 건립 추진과 책 출간 소식이 마침 반갑다. 최순애와 오빠 생각이 어떤 상상력을 불러일으킬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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