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2013년 11년 연속 법정 기한 넘겨 예산안 의결 野 2014년 국회 선진화법 일환 도입된 자동 부의 폐지 12월 취약계층 일자리·지역 SOC 등 연초 집행 불가능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감액만 반영된 반쪽 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하면서 내년 1월 취약계층 일자리 사업과 지역 SOC 사업 연초 집행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및 세입 부수 법안이 법정 기한인 11월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더라도 본회의에 자동부의 되지 않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72명 중 찬성 171표, 반대 101표로 가결되면서다.
3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 국회법상 정부 예산안과 세입 부수 법안은 법정 기한을 넘기면 자동으로 다음 본회의에 부의되지만, 민주당이 자동 부의 법을 폐지하면서 예산 법정 시한(12월 3일)을 넘겨 심사를 계속할 수 있게 된다. 대신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와 협의해 본회의 부의 시점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당장 기획재정부 등 예산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국회 의결이 늦어지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어 “특히 취약계층 일자리나 지역 SOC 등 사업을 연초부터 집행하기 위해서는 12월에 예산을 미리 배정해야 한다”며 “자동 부의 제도 시행 전 법정기한 내 예산안이 처리된 적이 드물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1년 연속 법정기한을 넘겨 예산안이 의결됐다. 또 지난 2012년과 2013년에는 해를 넘겨 1월 1일에 의결되기도 했다.
이에 국회는 지난 2012년 5월 국회 선진화법의 일환으로 법정기한 미준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예산안·부수 법안 자동 부의’ 제도를 도입했지만, 12년 만에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국회는 앞서 21대 국회 마지막 예산안 심사에서도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해 12월 4일 국회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산안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해 국민에게 송구하다”며 “법정시한은 지키지 못했지만, 정기국회 회기 안에는 예산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여야를 향해 정쟁을 잠시 멈추고 예산안 심사에만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검찰 특수활동비 삭감, 이재명표 예산 등을 놓고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검찰 특수활동비 등을 대거 삭감한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에 대해 "오직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분풀이식 삭감으로 예산안마저 독주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민주당은 여당이 반대하는 대통령실·수사기관 특수활동비 등의 감액 기조를 관철하기 위해 이번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여야 일각에서는 “22대 국회 출범 후 단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지긋지긋한 정쟁에 이어 이번에는 예산안을 갖고 국민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 매우 안타깝다”며 “협치는 고사하고 상대를 향해 저주만 퍼붓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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