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지지자들 "탄핵은 아냐, 자진 하야해야" 경제계 "불안 정국에 경기 악화 우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를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7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과거 인천5·3민주항쟁을 거치며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던 인천지역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 운동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한 투표를 했지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 본회의장을 이탈하면서 재적의원 미달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최종 부결 처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참여를 호소하며 투표 종료 선언을 미룬 채 오후 9시20분까지 기다렸지만 결국 부결됐다.
투표에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 의원 전원이 참여했으며 국민의힘에서는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과 김예지(비례), 김상욱(울산 남구갑) 의원만 자리를 지켰다.
이날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인천의 많은 시민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서해 5도인 연평도에 사는 김영식씨(73)는 “비상계엄이라는 중한 범죄를 저지른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한 국민의힘의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북한과의 갈등이 심해진 탓에 혹시라도 14년 전 포격사태가 또 발생할까 매일매일 불안해하며 살고 있다”며 “앞으로 나라가 더 어수선해지면 연평 주민 모두는 더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주민들이 서해 5도 주민들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용산까지 집회를 했다”며 “이젠 살기 위해 탄핵 주장 시위에 참석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은민씨(24·남동구)는 “긴급 계엄 선포로 가족 모두 군대에 간 동생 걱정에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온 국민을 밤새 불안하게 만든 대통령을 탄핵해 폭정을 막아도 모자랄 판에,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나라를 망치는 대통령을 옹호하는데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인천은 물론 서울까지 가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작은 힘이라도 모을 예정”라고 덧붙였다.
특히 시민사회와 노동계 등으로 이뤄진 ‘윤석열 정권 퇴진 인천운동본부’는 오는 9일 인천 남동구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1천여명 이상이 참여하는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인천운동본부는 9일 오후 6시 남동구 구월동로데오거리 일대서 비상계엄 사태 관련 정부 규탄 촛불집회를 연 뒤 오후 7시30분부터 1시간 가량 인근 차로에서 행진을 계획하고 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국회가 비상계엄을 일으켜 내란 수괴를 자초한 윤 대통령을 탄핵하려 했으나, 국민의힘 반대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내란 세력의 동조자임을 선언한 것”이라며 “국민들은 내란 동조 정당이 된 국민의힘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퇴진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전국민적 항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인천경실련 등도 성명을 통해 “탄핵을 부결시킨 국민의힘은 헌법과 국민 앞에 다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는 준비를 철저히 해 탄핵을 재추진 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국민적 분노를 직시하고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를 다시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의 경제계는 이번 국회 대통령 탄핵 부결에 따라 불안한 정국이 계속 이어지면서 경기 악화 등으로 확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천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차라리 탄핵이 이뤄져서 정국이 안정 절차에 들어갔으면 했는데, 이번 부결 등 어떤 일이 생길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어서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를 믿고 계획을 세우고 기업 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제나 정치 상황이 안정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걱정스럽지만 인천지역 경제 단체 등과 논의해 차분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남동산단 반도체 부품 제조기업 관계자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불안정한 분위기가 오래 지속됐는데 탄핵이 부결된 상황은 처음이라 어떻게 흘러갈지 걱정”이라고 했다.
다만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 부결에 대해 보수층 지지자들은 안도했다. 서구에 사는 김모씨(67)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도 잘 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탄핵 부결 역시 국가 안정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백령도 주민 심효신씨(61)도 “탄핵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탄핵은 반대해왔고 이번 부결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죄가 없어진 게 아니”라며 “윤 대통령이 자진 하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민의힘 윤상현 국회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지금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건 비겁한 짓”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탄핵을 일단 부결시키고 단일대오로 임기 단축 개헌 등 나름대로 국정 쇄신 청사진을 당이 중심이 돼서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1일께 임시국회를 열어 탄핵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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