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따로 압수해가는 해프닝 ‘계엄’ 망신, ‘계엄 수사’ 망신까지? 기관 탐욕으로 수사 망치면 안 돼
휴대전화 확보는 모든 수사의 기본이다. 휴대전화를 숨기는 건 피의자의 기본이다. 그만큼 휴대전화의 증거능력이 절대적이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수사는 더욱 그렇다. 12월3일 밤 모든 게 담겨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휴대전화를 두 기관이 나눠(?) 가졌다. 검찰 특수본이 8일 새벽 한 대를 압수했다.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하면서다. 경찰 특수단은 8일 오전 다른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김 전 장관 집, 사무실 압수수색을 통해서다.
메신저 등 대화 확인을 위해 포렌식이 필요하다. 검찰 특수본과 경찰 특수단이 따로 한다. 정보 등을 공유할 계획은 전혀 없어 보인다. 기자들의 취재가 양쪽을 동시에 향한다. ‘어느 쪽 휴대전화에서 증거가 잡힐까’. 이게 무슨 컴퓨터 수사 게임도 아니고. 검경의 포렌식 경진대회도 아니고. 대한민국을 전복하려 했던 내란 수사다. 현직 대통령을 입건한 전대미문의 수사다. 이런 수사에서 벌어지는 증거 쟁탈전이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12월3일 밤까지 윤석열은 인사권자였다. 검찰총장도 임명했고 경찰청장도 임명했다. 부장검사 인사, 총경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랬던 인사권자가 권력을 잃었다. 임기마저 남의 손에 맡겨 놓은 처지가 됐다. 내란이라는 어마무시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그 수사권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맞붙었다. ‘성역 없는 관련자 엄벌’을 서로 주장하고 있다. 그 대상은 ‘윤석열’이고, 그 엄벌은 ‘구속’이다. 결국 ‘우리가 윤석열 잡겠다’는 싸움이다.
"윤통도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을 거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올린 글이다. 문맥으로 봐 한동훈 저격용 같다. 검경을 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건 그렇게 볼 사안도 아니다. 국가원수의 내란 혐의를 파헤치는 일이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을 소환해야 할 일이다. 대통령 구속이라는 상황도 상정돼 있다. 이런 수사에 ‘휴대전화 쟁탈전’이 말이 되나. 국방장관 신병 달라, 못 준다고 싸울 건가. 장군(將軍) 먼저 체포해 가기 경쟁이라도 할 건가.
수사가 복잡하지 않다.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결정이었다. 범죄 모의를 파악할 대상과 절차가 간단하다. 선포 이후의 활동도 두 세 시간이었다. 국회와 선관위 등에서만 상황이 있었다. 명령 흐름 단계가 비교적 간단하다. 대통령 윤석열, 국방장관 김용현, 계엄사령관 박안수, 특수전사령관 곽종근,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 방첩사령관 여인형이 수사 대상이다.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도 대상이다. 언론에는 이미 많이 나왔다.
법률 검토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우선 계엄 선포의 위법성은 수없이 제시됐다. 헌법 77조에 그 내용과 정도가 잘 적혀 있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그날 밤 우리나라에는 어떤 비상사태도 없었다. 계엄이 국가에 끼친 내우외환의 예는 널려 있다. 쏟아지는 외신(外信) 보도가 그 단면이다. ‘대만에 더 뒤처질 위기’(블룸버그), 투자 리스크 증폭(모건스탠리)…. 환율 폭등과 주식 폭락도 증거다. 벽(壁) 없이 갈 수사다.
어쩌면 수사 속도가 정치 속도를 따라 잡을 수도 있다. 대통령 소환이 모두의 짐작보다 빠를 수도 있다. 이걸 검경 수사권 논쟁이 막고 있다고 보지 않나.
검찰은 경찰의 사건 관련성을 얘기한다. 특수본 본부장이 “이 사건에서 가장 관련자가 많은 데가 경찰”이라고 했다. 실제로 위법성이 확실한 국회 통제에 경찰이 투입됐다. 경찰도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국회경비대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그렇다고 검찰이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법무장관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많다. 검찰 출신 대통령에 대한 정서적 불신도 있다. 검경 누구든, 서로 내칠 입장이 아니다.
12·3 계엄은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거기엔 대통령의 탐욕이 있었다. 계엄 수사권 충돌도 그런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여기엔 검찰과 경찰의 기관 탐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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