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계엄·탄핵 정국의 중심에 섰다. SNS를 통해 입장을 전하고 있다. 비상계엄과 관련된 글이 대부분이다. 12월3일 밤 ‘비상계엄 해제하라’가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최근까지 모두 10개의 글이 게시됐다. 모두 계엄 정국 또는 탄핵과 관련된 글이다. ‘나라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사과와 사퇴가 필요하다’. 규탄 시위 현장을 인증하는 글도 있다. ‘국회입니다’(4일), ‘탄핵 촉구 현장입니다’(7일). 국민의힘에 대한 비난의 글도 눈에 띈다.
그 10건 가운데 도정과 연계된 글은 하나뿐이다. 그것도 계엄 선포 직후 ‘도 간부회의를 소집’ 내용이다. 12·3 계엄 직전 경기도 현안은 폭설 피해였다. 경기도 남부권 일대 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 김 지사는 29일 안양 농수산물도매시장 지붕 붕괴 현장을 찾았다. 12월2일에는 평택시 진위면 비닐하우스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 현지 지도를 통해 조속한 지원과 특별재난구역 지정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하지만 12월3일 이후 도정은 거의 없다.
정치인에게 계엄·탄핵 정국은 중요하다. 정치적 소신을 밝혀야 할 현실적 책임도 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그랬다. 일개 기초자치단체장에 불과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중앙 정치 무대로 올라섰다. 이 시장 스스로 탄핵 정국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체포’ 등 화두를 던져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광화문 시위 현장에서는 즉흥 연사로 무대에 올라 정치적 소견을 밝혔다. 당시 상황과 대단히 유사한 작금의 정치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발언도 유별나다. 계엄 선포 직후 가장 빠른 ‘반대 입장’을 냈다. 하루 뒤에는 ‘민주당의 촉발 책임’을 끼워넣는 순발력도 발휘했다. 김 지사의 계엄 반대도 비슷한 시기, 비슷한 내용으로 이뤄졌다. 반면 반대 입장 표명에 신중했던 유정복 인천시장은 정치적 비난을 샀다. 인천지역 정치인들이 성명을 내고 사과를 촉구했다. ‘계엄 동조 세력’이라며 몰아세우기도 했다. 실국장 회의 주관 등 시정을 묵묵히 지켰지만 비난을 샀다.
우리가 옳고 그름의 판단을 언급하려는 게 아니다. 국가의 모든 것을 무너지게 만든 역사적 사태다. 당연히 소신을 밝히고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만, 상황이 장기화될 조짐에 대한 우려는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 본다. 계엄 선포 직후 김 지사가 세계 정•재계 인사들에게 서신을 발송했다. 대한민국 경제에 위기가 없음을 안내했다. 차원이 다르고 실효가 있는 참신한 대처로 여겨졌다. 어쩌면 그런 차원의 노력이 지금부터 절실한 것일지 모른다.
정국은 이제 계엄과 탄핵이 정치로 뒤섞였다. 도정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온다. 묵묵히 도정을 챙기는 것도 큰 정치인의 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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