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고향은 한적한 어촌이었다. 행정지명으로는 산둥성 옌타이다. 고기 잡는 배들을 보며 자랐다. 해군에 입대했고, 군함을 지휘하는 장교를 거쳐 국방 수장에 올랐다. 해군 출신 첫 장관이었다. 중국의 대표적인 베이비붐 세대인 둥쥔(董軍) 국방장관(국방부장) 얘기다.
장관으로 입성하기 전 그의 이력을 좀 더 들여다보자. 소장으로 진급하고 2년 만에 중장에 올랐다. 우리의 대장에 해당하는 상장 진급 후 해군 참모총장격인 해군사령원에 발탁된다. 2020년대 중반이었다. 해군사령원 재직 시절 베트남, 필리핀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작전을 지휘했다. 그리고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7차 대회에서 중국의 14대 국방부장이 된다. 지난해 말이었다.
전통적으로 육군이 우위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해군 출신이 국방부장으로 임명된 건 이례적이었다. 대만과의 전쟁 등에 대비해 해군의 중요성을 높게 보고 해군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출세의 길을 걷던 그에게 맞바람이 불어왔다. 지난 11월27일이었다. 미국 언론이 부패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타전했다. 중국 정부는 다음날 정례 발표를 통해 부인했다. 하지만 부패 혐의가 씌워졌다.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리고 또 스캔들이 터졌다. 이달 들어서였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이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것도 같은 날 뜬구름 잡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를 쓰면서 말이다. 포풍착영(捕風捉影)이다. 바람을 붙잡고 그림자를 쥔다는 표현이다. 중국 후한의 역사가 반고가 지은 지은 ‘한서’ 교사지(郊祀志)에서 유래됐다. 아무튼 오랜만에 나온 고사성어였다. 그것도 웬만해선 좀처럼 잘 쓰지 않는 워딩으로 말이다.
둥쥔과 포풍착영, 이 두 상수는 어떤 함수관계일까. 장롱에서 썩고 있던 표현을 인용한 배경이 궁금하다. 사유의 사치일까. 어수선한 정국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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