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시스템을 재설치하시겠습니까?

민현배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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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운영하는 운영체제(OS)가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라고 자꾸 권한다.

 

지금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더 좋은 게 있다며 유혹한다. 쓸지 말지 고민이라 요청을 묵살하고 있다.

 

컴퓨터만 운영체제가 필요한 게 아니다. 컴퓨터를 만든 인간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는 더 오래되고 정교한 운영체제, 즉 국가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 법과 법이 규정한 국가, 공동체 의식, 도덕규범, 문화 등이 결합됐다.

 

한국 시스템이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다면 밖으로 나가 보면 된다. 공항에서 출국심사를 하면 한국 시스템을 떠나는 것이고, 해외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하면 그 나라 시스템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 나라 시스템 안에서 손님으로 머물다 보면 한국 시스템이 보인다. 귀국 비행기는 시스템과 시스템 사이를 비행한다. 입국하면 다시 한국 시스템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2024년 말, 비상계엄에서 시작된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가의 운영체제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시스템을 재설치하시겠습니까?” 바꾼다면 무엇을 바꿔야 하나. 우리 시스템의 근간인 헌법까지 바꿀 수 있다. 헌법의 최신 버전은 1987년 판이다. 바꾸자는 목소리는 전부터 있었다. 바꿀까, 말까.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국가 시스템 재설치는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컴퓨터 재설치는 몇 시간이 걸리지만 우리 사회의 시스템 재설치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컴퓨터는 운영체제를 재설치하고 재부팅하는 동안 아무것도 못 한다. 인간 사회는 그렇지 않다. 변화가 일어나도 개인의 삶은 영위되고 조직은 운영된다. 돈은 흘러가고 경제는 돌아간다.

 

앞으로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 내 컴퓨터의 업그레이드 선택은 내게 달렸고. 옳은 선택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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