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속 고구려 ‘무희리(舞姬履)’ 문헌서 해석, 디자인해 화혜장 손 거쳐 복원 ‘고구려 무희리’ 명명…지역에 대한 애정 담겨, 고봉산성 고구려 축제도 꿈꿔
고구려 고분벽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중국 지린성 지안현에 있는 무용총을 떠올리게 된다. 벽화에서도 전해지듯 고구려시대의 춤은 몸짓으로 표현한 무언(無言) 언어이자 장엄한 의식이다. 제례의식에는 신성한 뜻을 담고 있고, 큰 틀에선 흥을 북돋아 발전을 기원한다. 화려한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무희(舞姬)들은 잔치마당에서 흥을 돋우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
“우리는 춤을 언제부터 췄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고 어떤 옷과 어떤 신발을 신고 췄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혜미(50) 고구려복식연구 무용가가 벽화 속 고구려 ‘무희리(舞姬履)’를 화혜장(靴嚡匠‧ 전통가죽신 만드는 기술과 장인)의 손을 거쳐 최근 복원했다.
무용가들의 흔적과 삶을 현대인들이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문헌을 참고해 해석하고 디자인해 복원한 것이다.
‘리(履)’는 발목이 없는 짧은 신발을 가리키는 단어로 ‘이’라고도 한다. 앞 코가 뾰족하게 올라온 형태로 바닥이 얇고 발목이 없는 신발이다.
김혜미 무용가는 “성별, 신분, 직업에 상관없이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신은 것은 물론이고고구려 고분벽화에서 검은색, 흰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상 혹은 가죽 본래 색을 활용했던 것을 확인했다”며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발과 무용수들이 신고 있는 신발은 흰색에 검은색이 들어가 있고, 남성과 여성들이 모두 신었던 것으로 추측됐다”고 밝혔다.
무용수들이 주로 신었던 것으로 보이는 신발은 앞부분은 약간의 둥근 호 모양이고 갑피 중앙과 앞쪽에 주름이 있다. 갑피굽 밑창에는 네 조각에 가죽으로 꿰맨 흔적이 있으며 복사뼈 정도에 목이 짧은 신발이다.
벽화에서는 흰색이 주를 이루지만 실생활에서는 가죽의 자연스러운 색상이나 노란색이 널리 사용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맨발인 경우가 거의 없으며 자주 등장하는 신발은 '리'임을 알 수 있었다”며 “이런 종류의 신발들은 앞부분이 뾰족하거나 발가락 앞부분이 둥글게 보이고 주요 소재는 가죽이지만 리넨도 함께 사용한 것을 문헌을 통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김혜미 무용가는 문헌을 바탕으로 고구려 고분벽화 무용총에 나오는 신발을 해석하고 디자인해 부산 무형문화재 제17호 안해표 화혜장 장인에게 요청해 신발을 복원했다.
겉감은 구피와 우피, 비단, 안감으론 융, 밑창엔 구피가 사용됐으며 백비는 광목과 무명천을 여러겹 풀로 붙혀 탄탄하게 만들어 제작했다.
문헌을 참고하고 장인의 손을 거쳐 복원된 고구려 고분벽화 속 무용총 신발의 이름은 고양시의 ‘고(高)’자와 고구려 유적인 ‘고봉산’을 참고해 ‘고구려 무희리’로 명명했다.
그가 이처럼 '리'를 복원하고 지역의 이름을 붙인 데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크게 자리한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고양특례시의 대표 산인 고봉산이 고구려산성인 까닭이다.
그는 고봉산성의 설화를 콘텐츠화하고 재조명하는 준비도 하고 있다. 내년에 학술회의를 통해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오는 삼국시대 요고( 腰鼓), 고구려 무용총 의상, 고구려 신발 무희리를 선보이고 고봉산 고구려 축제로 확장하는 데 노력하겠단 각오다.
김 무용가는 “고구려 역사의 향기가 어린 고양에서 무희의 아름다운 신발을 처음 복원됐다는 게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소중한 유산과 조상들의 흔적이 현재를 사는 많은 이들에게 가닿고 그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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