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분노의 시대에서 희망 찾기’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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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 정치, 악덕 정치.... 영어 단어 ‘카키스토크라시(Kakistocracy)’의 사전적 풀이다.

 

최근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이 단어를 키워드로 칼럼을 썼다. ‘분노의 시대에서 희망 찾기’가 주제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뉴욕타임스에 “지금 이 순간에도 나타나고 있는 카키스토크라시에 맞서 싸운다면 결국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며 운을 뗐다. 이 대목에서 그가 가리키는 카키스토크라시의 함축된 의미는 한마디로 ‘저급한 자들에 의한 통치’다.

 

그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인들은 평화와 번영을 당연하게 여겼고 유럽에서도 정치·경제적 통합이 진행되는 등 상황이 잘 돌아가는 듯했다”고 이어갔다.

 

하지만 현재는 낙관주의가 분노와 원망 등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엘리트에 대한 신뢰 붕괴가 원인이라고 짚었다. 대중은 이제 더 이상 국정을 운영하는 위정자들에 대한 믿음이 없어졌고, 그들이 정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린 사례로 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저급한 자들이 권력을 잡도록 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들이 계속 그 자리에 머물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언젠가 대중은 저급한 위정자들을 비난하는 상당수 정치인들도 실제로는 저급한 엘리트라는 점을 깨닫고 그들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나쁜 자들의 집권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대중은 언젠가 깨닫고 정의를 이룰 것”이라고 예고했다.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나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방안으로 카키스토크라시에 대한 저항을 내세우기도 했다. ‘오늘의 범죄에 침묵하는 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준다’는 알베르 카뮈의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의 지적이 꼭 미국의 정치만 가리킨 걸까. 우리와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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